우리는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 - 홍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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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 - 홍관희

처럼 0 841
저자 : 홍관희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95     출판사 :
우리는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
 --1995년 5월 김영삼 정권의 공권력 행사를 통한 한국통신 민주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홍관희


청산도 돌아앉아 한숨을 몰아쉬는 시절
해고와 구속을 해도 노동자는 꿈꾼다

파업을 하기 전에 파업을 할 것 같으니까
불법으로 몰아
해고를 하고 구속을 한다면
노동자가 꾸는 꿈과 사랑과 희망도
해석하기에 따라 죄가 된다면
노동자가 마음 디딜 곳 어디 있을까

오늘 우리는 너무나 슬프고 힘겹다
할미꽃 같은 부모와
풀꽃 같은 아내와 자식들
그늘진 삶에 그림자 뜯고 있는 이웃들
일용할 햇볕 나누어 쬐자는데
희망의 정수리에 대못을 박으며
투사가 되라 투사가 되라 재촉을 하네
아아 이 땅의 지친 꽃과 풀잎들에게
가시덤불 힘겨운 죽창이 되라 하네

사장은 사장이라는 이름만으로 우대 받고
노동자는 노동자라는 이름만으로도
냉대를 받는다
사장과 노동자의 수입이 같다면
노동자가 사장에게 임금을 받듯
사장도 노동자로부터 임금을 받는다면
사장도 임금 올려달라고 투쟁을 할까? 안 할까?

벅찬 가슴으로 밤낮없이 꽃피고 싶다
새벽이 일으켜 세우는 지친 몸뚱이
부품처럼 일터에 던져져
햇살과 함께 희망도 잘리고 구부러지는
쎄빠지게 일해봐야 가진 놈만 살판나고
없는 놈은 골병들고 기죽는 세상
미친 듯이 끌어안고 샘솟고 싶다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헌법도 교과서도 가르치고 있지만
현실은 자꾸 딴소리만 해댄다
골백 번도 더 못질을 당하고 있는
이 땅의 노동자 예수는
얼마나 더 십자가형에 처해져야
웃음이 돌까

잘못된 세상에서는
정의로운 이들이 죄인이 되고
죄인들이 훈장을 받는 법
힘 없으면 합법도 불법
힘 있으면 불법도 합법

노동자의 이름으로 묻는다
정의와 정론 어디 가고
깔다구와 앵무새만 날아와 설쳐대는가
민주화는 어디 드러눕고
문민독재 날개 펴는가
한 번 가진 자는 영원히 가진 자이고
한 번 못 가진 자는 영원히 못 가진 자인가

노동자가 정의로운 건
노동자의 이름으로 복무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아름다운 건
노동자답게 살기 때문이다

서슬 푸른 해고와 구속에 맞서
날선 각성으로
정의와 양심을 실천하는 동지들
민주노조의 깃발을 힘차게 펄럭인다
잘못된 세상에 잘못된 아픔이 온다 해도
노동자의 정신만은 해고하지 못한다
노동자의 정신만은 구속하지 못한다
노동형제들의 삶 속에 거대한 깃발로 살아
끝도 없이 펄럭이며 노래한다

노동자가 파업을 원하지 않는데
파업을 선동하는 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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