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십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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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십삼일

임백령 0 852
저자 : 임백령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05.22     출판사 :
5월23일, 주남 마을 학살을 애도하며 ---


오월이십삼일

광주에서 화순으로 가는 버스를 향해
길가 풀숲에 숨어 가시를 쏘아댔던 엉겅퀴
제사지내러 가던 한복 차림의  아가씨를
광주에 관이 떨어져 관을 구하러 가던 여고생을
엉겅퀴 가시를 박아 모두 죽인 승객 열다섯
철갑의 버스도 도망가다 가시가 박혀
그 자리 쓰러져 피 흘렸다는 통한의 그날

손 흔들던 아이들을 개울에서 멱감는 아이들을
그곳에 온 공수부대 군인들이 총을 겨누어서
적이 되어 죽어라고 앞만 보고 달려가다
벗겨진 검정고무신 줍던 열한 살짜리 소년
가슴을 뚫고 나가고 온몸에 박힌 총알
지켜야 할 국민을 시골마을 어린이마저 군인이
방향을 돌려 아아 죽여버린 미쳐버린 그날

버스에서 총상 입은 두 청년을 왜 데려왔나고
귀찮으니 끌고 가서 죽이라고 명령했다니
인근 부락 뒤져서 다섯 명 여섯 명 청년을
산속에서 처단했다니 통곡도 처형 당한 땅
육이오 전쟁 중에도 저지르지 않았을 짓을
극악한 전쟁 범죄도 그렇지 않았을 그날에

야산에 있는 칠면조 250마리와 젖소 3마리를
죽이더니 죽인 사람들 다시 학살하는 현장을
보았다고 시장 보러 다녀오던 동네 아주머니를
숨어 있던 하수구에서 찾아내 사살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달아난 사람들 가택수색 끌어내어
주변 아수라 지옥에서 벌어진 그 다음날 일까지

천구백팔십년 오월 이십삼일 광주 주남 마을
삼십팔년 전 그 공포 그 총성 그 출혈 그 냄새
때죽나무 꽃 향기에 취해 있는 나를 찔러 오네
바람이 불어와  얼굴에 살점과 피 피 범벅되네
뻐꾸기 소리 듣다 산너머 고막이 찢겨 오네
길을 걷다 도망치네 몸이 주남 마을로 뛰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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