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교리 돌담 마을
목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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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5 16:25
저자 : 목필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반교리 돌담 마을
목필균
미인의 눈썹 모양 같다는 아미산 아래
개울이 흐르는 윤기 나는 마을이지만
돌이 반, 흙이 반이었다는 반교마을
길과 길 사이, 집과 집 사이, 밭과 밭 사이를
허리춤 높이로 쌓은 돌담은
진흙으로 시멘트로도 붙이지 않고
자연석 그대로 마을을 지키는데
바람이 새어나가고, 소문이 새어나가서
돌담 위 호박덩굴이 귀 막으라 일러도
마늘 밭에서 도라지 밭에서 속풀이 하던
등 굽은 할머니들 묵혀둔 이야기들
백세 시대가 그리 좋으랴
무릎에 연골주사를 맞지 않으면
보행기를 밀고 다니지 않으면
돌담 너머 이장집도 아득하다고
퇴화되는 기억력을 움켜쥐고
휘어진 다리로 주저앉은 구순 할머니
외산가는 첫 버스를 맥없이 기다린다
목필균
미인의 눈썹 모양 같다는 아미산 아래
개울이 흐르는 윤기 나는 마을이지만
돌이 반, 흙이 반이었다는 반교마을
길과 길 사이, 집과 집 사이, 밭과 밭 사이를
허리춤 높이로 쌓은 돌담은
진흙으로 시멘트로도 붙이지 않고
자연석 그대로 마을을 지키는데
바람이 새어나가고, 소문이 새어나가서
돌담 위 호박덩굴이 귀 막으라 일러도
마늘 밭에서 도라지 밭에서 속풀이 하던
등 굽은 할머니들 묵혀둔 이야기들
백세 시대가 그리 좋으랴
무릎에 연골주사를 맞지 않으면
보행기를 밀고 다니지 않으면
돌담 너머 이장집도 아득하다고
퇴화되는 기억력을 움켜쥐고
휘어진 다리로 주저앉은 구순 할머니
외산가는 첫 버스를 맥없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