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세상의 거울 - 변주 월인천강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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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세상의 거울 - 변주 월인천강지곡

정진용 0 378
저자 : 정진용     시집명 : 여전히 안녕하신지요?
출판(발표)연도 : 2017     출판사 : 문학의 전당
달은 세상의 거울
- 변주 월인천강지곡 / 정진용


1

낚시다.
초승달은 낚시다.
잘살아보자 엉너리 맞춰
도다리 눈깔로 손뼉 몰아준 사람들
새색시 칼질 맞춰 가슴 동했지만
젓가락 갈 데 없는 밥상엔
삼층밥 탄내만 꼼지락거린다.
엄벙덤벙 이웃이 될성부른 늧이라던
새댁의 눈썰미······ 똑,
미늘 투명한 낚시다. 그게
초승달이다.


2

​구멍이다.
보름달은 구멍이다.
뻥뻥 뚫린 가슴이다. 귀청이
빙어의 몸통 닮은 사람들
며느리 손에서 이는 부메랑 보면
더펄더펄 손떠퀴 감출 수 없어
서푼 쓸개, 서푼 눈에 술 끼얹고
휘 휘 한숨 하늘 강에 풀어놓을 때
휘영청 보름달은 자리 낮은
사람의 가슴이다. 바람(願) 빠진
자리다. 낚싯바늘 빼낸
흉터다.


3

꽝꽝 겨울이다.
콩켸팥켸 강물이 줄어든다.
비슬비슬 가슴 얼어붙는다.
자벌레 입김마다 성에꽃 핀다.
술렁술렁 입술마다 갑골문 뻐글댄다.
그럼에도 애벌레는 고치 뚫는다.
어른들 화병 아랑곳 않고
달 삼킨 지구처럼 집 밖 내다본다.
서릿발 수런대는 땅에서 칼바람 맞으며
흘레붙는 똥개라도 봤을까
깔 깔 깔······ 굴렁쇠 웃음 굴린다.


4 ​

산득산득 섣달 밤에도
꽃잠 챙긴 아이, 녀석 눈썹이
초승달이다. 이윽히 아이 굽어보던
에미······ 초승달은 칼이지 싶어
미망 미명 토막낸다 똑똑 칼질 소리에
잠에서 깬 애비, 눈밭의 봄동 같은
아내를 본다. 구름 꿈에서 내려온다. 그믐달
휘어잡는다 시위 얹는다. 살 매긴다.
달 겨눈다. 보면 볼수록······ 달은
무기다. 청동의 하늘 때부터 낮은 자리 지키는
사사람의 무기다. 거울이다. 허튼 맘
도스르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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