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수난시대
체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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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16:41
저자 : 이영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년
출판사 :
남자의 수난시대
이영균
시집살이보다 더 맵다는 아내의 갱년기에 역풍을 당한다
영하 -15℃인데도 17층 베란다 창문이 열려 시베리아다
실온을 22℃까지 끌어올리려면 보일러는
또 두 시간쯤 더 돌 것이고
팽팽 돌아가는 가스계량기 덕에
나의 혈압은 140까지 치솟을 것이다
그 덕에 그 겨울 견뎌내느라 패딩을 두 벌이나 구매했지만
외식 때 갈비탕을 먹으면 냉면을 먹거나
냉면을 먹으러 가면 갈비탕을 먹는 통에 시련이 극심하다
모두 뜨거운 커피를 주문할 때도 냉커피를 시켰고
한여름에는 춥다고 문을 꼭꼭 닫아놓은 채 에어컨을 끄기도 하고
이가 시리다고 찬물 대신 더운물을 마셨다
그래도 식구들 누구도 불평하는 이 없었다
젊어서 30년을 청개구리로 살면서 아내를 골탕 먹인 죄로
3년간 그 역풍 견뎌내야 했다
그 모습이 딱해서일까? 아내는 삼복더위에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해주었다
제 체온에 적합한 까닭에
모두에겐 이열치열을 강조하면서
그런데도 아내가 고마운 걸 보면
내 사랑의 콩꺼풀 여간 두꺼운 게 아닌 성싶다
이영균
시집살이보다 더 맵다는 아내의 갱년기에 역풍을 당한다
영하 -15℃인데도 17층 베란다 창문이 열려 시베리아다
실온을 22℃까지 끌어올리려면 보일러는
또 두 시간쯤 더 돌 것이고
팽팽 돌아가는 가스계량기 덕에
나의 혈압은 140까지 치솟을 것이다
그 덕에 그 겨울 견뎌내느라 패딩을 두 벌이나 구매했지만
외식 때 갈비탕을 먹으면 냉면을 먹거나
냉면을 먹으러 가면 갈비탕을 먹는 통에 시련이 극심하다
모두 뜨거운 커피를 주문할 때도 냉커피를 시켰고
한여름에는 춥다고 문을 꼭꼭 닫아놓은 채 에어컨을 끄기도 하고
이가 시리다고 찬물 대신 더운물을 마셨다
그래도 식구들 누구도 불평하는 이 없었다
젊어서 30년을 청개구리로 살면서 아내를 골탕 먹인 죄로
3년간 그 역풍 견뎌내야 했다
그 모습이 딱해서일까? 아내는 삼복더위에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해주었다
제 체온에 적합한 까닭에
모두에겐 이열치열을 강조하면서
그런데도 아내가 고마운 걸 보면
내 사랑의 콩꺼풀 여간 두꺼운 게 아닌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