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불처럼 타오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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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6 22:27
저자 : 김기택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아직 김이나 수증기라는 말을 모르는 아이가
끓는 물을 보더니 물에서 연기 난다고 소리친다.
물에서 연기가 난가?
그렇지. 물이 끓는다는 건 물이 탄다는 말이지.
수면(水面)을 박차고 솟구쳐오르다 가라앉는
뿔같이 생긴, 혹같이 생긴 물의 불길들,
그 물이 탄 연기가 허공으로 올라가는 거지.
잔잔하던 수면의 저 격렬한 뒤틀림!
나는 저 뒤틀림을 닮은 성난 표정을 기억하고 있다.
심장에서 터져나오는 불길을 견디느라
끓는 수면처럼 꿈틀거리던 눈과 눈썹, 코와 입술을.
그때 입에서는 불길이 밀어올린 연기가
끓는 소리를 내며 이글이글 피어오르고 있었지.
그 말의 화력은 바로 나에게 옮겨붙을듯 거세었지.
물이나 몸은 기름이나 나무처럼 가연성이었던 것.
언제든 흔적없이 타버릴 수 있는 인화물이었던 것.
지금 솥 밑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솥 안에서 구슬처럼 동그란 불방울이 되어
무수히 많은 뿔처럼 힘차게 수면을 들이받는다.
악을 쓰며 터지고 일그러지고 뒤틀리던 물은
부드러운 물방울 연기가 되어 공기 속으로 스며든다
끓는 물을 보더니 물에서 연기 난다고 소리친다.
물에서 연기가 난가?
그렇지. 물이 끓는다는 건 물이 탄다는 말이지.
수면(水面)을 박차고 솟구쳐오르다 가라앉는
뿔같이 생긴, 혹같이 생긴 물의 불길들,
그 물이 탄 연기가 허공으로 올라가는 거지.
잔잔하던 수면의 저 격렬한 뒤틀림!
나는 저 뒤틀림을 닮은 성난 표정을 기억하고 있다.
심장에서 터져나오는 불길을 견디느라
끓는 수면처럼 꿈틀거리던 눈과 눈썹, 코와 입술을.
그때 입에서는 불길이 밀어올린 연기가
끓는 소리를 내며 이글이글 피어오르고 있었지.
그 말의 화력은 바로 나에게 옮겨붙을듯 거세었지.
물이나 몸은 기름이나 나무처럼 가연성이었던 것.
언제든 흔적없이 타버릴 수 있는 인화물이었던 것.
지금 솥 밑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솥 안에서 구슬처럼 동그란 불방울이 되어
무수히 많은 뿔처럼 힘차게 수면을 들이받는다.
악을 쓰며 터지고 일그러지고 뒤틀리던 물은
부드러운 물방울 연기가 되어 공기 속으로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