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하이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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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과 하이에나

강석화 0 363
저자 : 강석화     시집명 : 호리천리
출판(발표)연도 : 2013     출판사 : 황금알
하이에나는 날로 먹고 우리는 구워 먹을 뿐이다
생존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소멸에 기대는 일이다
죽은 숯에 불을 붙이고 제물을 올려놓는 까닭은
평온한 삶을 꿈꾸었을 너의 불분명한 희생과
내일을 알지 못하고 먹이사슬을 이어가는 우리를 위해
망각의 잔을 바치려는 것이다
타다 남은 살덩어리의 쓰라림을 씹으며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다
껍질과 지방과 살코기로 퇴적된 한평생의 무게가
한순간 불꽃으로 돌아간다 해도
어쩔 것인가, 이 질펀한 잔치판에서
언젠가는 나의 몸으로 누군가 잠시 배부를 것이다
습격당한 영양처럼 나의 온 존재가 
한 끼의 성찬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삼겹살을 굽는다는 건
향을 피우고 제를 올리는 일인데
우리는 뒷골목의 하이에나
붉은 피 대신 희석된 소주를 삼키며
눈을 질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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