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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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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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

김윤자 0 392
저자 : 김윤자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1년     출판사 :
수리부엉이

김윤자 

빛이 무너진 곳인 줄 알면서도
시나브로 퇴화되는 날개 추스르며
마른 생목 가지 위에 정물인듯
생인발로 죽창 깔고 앉았구나

광채나는 눈 하나, 초점 지키려
먼 산에 초록꿈 삽질하여 쌓으며

빗장이 영영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심상치않은 예감이
산봉우리 송전탑에서 전송될 때
철창은 넘어서는 안되는 벽임을 감지하고
애저녁에 빙옥(氷玉)의 새로 살기로 작심했으련만
창살 틈으로 비껴가는 애증의 세월
속절없이 잃어버린 밤
성숙한 인내로 참으며
싸늘한 달빛에 파르르 떠는구나

동녘 하늘 붐하게 갈라지면
뭇별은 지천으로 달려와
실타래 빛줄기 풀어 몸을 얽동이고
어김없이 뒤따라 내려오는
뾰족한 햇살은 사정없이 눈꺼풀 쪼아대니

싸한 마음 한자락 기댈 얄상한 바위조차 없어
숫저운 얼굴로 그렇게 면벽하는구나

목멱산 기슭의 새장 속 수리부엉이
천연 기념물이라는 가문의 명예에 숙연을 끊고

수리부엉이-조선문학 200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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