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화 / 정진용



산신각에서 요사채로 가시는
보살님 어스름 눈빛에 가득한 찔레꽃……

찔레덩굴 산으로 오르던 그해
멀리 두고 온 것들이 바람 타고 달려와
무시로 산문(山門) 두드릴 때

따끔따끔 가시 가슴을 풍경(風磬)이 울어
절집의 풍경이 돌아가면서 모두 울어
앞개울이 그예 곤한 몸 뒤틀었는데

오늘 받은 젊고 짠한 부음에
찔레꽃 향기 아뜩하여
풍경이 다시 울고

노을만 붉어
참았던 눈물처럼 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