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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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오후

얼굴 0 373
저자 : 이현우     시집명 : 서정과 현실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도서출판 경남
어떤 오후

허울을 벗어놓고 잠이 든 노숙자 앞에
정체 모를 병들이 떨어져 나뒹군다.
연기와 거품이 샴페인처럼 솟구친다.
잠시 후
연기는 허공으로, 거품은 땅 속으로,
스며들어 자취가 없다.
버스가지나가고트레일러가지나가고레미콘이지나가고
지나가고지나가고지나가고...
응급차가 달려오고
어느새 가루가 된 유리조각조차 모조리 품어버린
비포장 도로
먼지를 뒤집어 쓴 패랭이꽃이
노숙자 곁에서 사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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