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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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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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한승수 0 422
저자 : 한승수     시집명 : 손톱을 깎으며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하움출판사
거미 / 한승수


손바닥 만한 입금통장을
거미줄로 걸어놓고
한 달에 하루살이 서른 마리가
걸리기를 기다리며 산다

나라로부터
지공거사의 직책을 명받고
새벽부터 먼 길을 떠나
온양 온천에 물이 좋은지
춘천막국수가 맛있는지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살아있는지
암행 감찰에 나서기도 한다

가난한 거미들은
독립 선언이라도 하려는지
탑골공원으로 모여들어
삼삼오오
젊은 날의 무용담에 귀 기울이고
'죽여주는 여자'들의 박카스에
잠시 마음 흔들리다가
낙원상가 골목에서&#160;
이천 원 짜리 국수로 허기를 달랜다

길 건너에는 빌딩마다
무슨 학교 동창회 환영이란 플래카드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당구장 기원&#160; 나이트 할 것 없이&#160;
연고를 찾아 기어 나온 거미들로
바글거리는데

하는 일이 없어
사지는 점점 가늘어지고
배만 볼록 나와
볼품없어지는 서러운 거미들

나도 그들 속에 끼어
당구 치고 바둑 두며
한 잔 술에 옛 이야기 나누다가
때로 생각의 실을 뽑아
엉성한 거미줄이라도 쳐 놓으면
이따금 아침 이슬이 내려앉아
윤슬처럼 반짝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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