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를 꺾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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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를 꺾으며

한승수 0 454
저자 : 한승수     시집명 : 손톱을 깎으며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하움출판사
고사리를 꺾으며 / 한승수


억새풀 사이로
어느 시골 초등학교
일 학년 교실

저요 저요 
오무린 손을 처들고
자기를 뽑아 달라는 조무래기들의
포동한 팔뚝이 보인다

그래 그래
너도 뽑고 너도 뽑아 줄게

예쁜 손짓을 따라
석기시대의 부부인 양
우리는 신나게 신나게 벌판을 누빈다

꺾어본 사람이면 알지
엄지와 검지 사이로 전해지는
상큼하고 짜릿한 손맛을

한나절에
한 자루 가득 채우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우면

감은 눈 속에서도
쏙쏙 돋아나는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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