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링
한승수
0
365
2018.10.02 14:19
저자 : 한승수
시집명 : 손톱을 깎으며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하움출판사
리사이클링 / 한승수
마술을 부리듯
빈 물병이 새 콜라병으로 변신하고
네모난 신문지가
둥근 두루말이 휴지로 환생하는 세상
음식물 쓰레기는 파이프를 타고
지역난방으로 회수된다
살아 움직일 때마다
숱한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마지막 갈 때까지
똥기저귀라도 버리고 가는 사람들
쓰레기는 재활용할 줄 알아도
정작 제 몸뚱아리는
어찌 분리수거하는지 모른다
혹 예수님 부처님 잘 믿으면
혹 윤회하고 천국 가려나
누구든 죽으면
십자가나 卍 자 하나 붙인 채
가장 비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지불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될 수밖에
소각장이나 매립지 곳곳에
현현(顯現)하는 것들은
잊혀져 가는 사자(死者)들의 새겨진 이름과
시들어가는 몇 송이 꽃 뿐이지만
저 하늘공원을 보아라
매립된 쓰레기가
수십 년 쌓여 산을 이루고
무성한 억새풀로 되살아나
가을이면 즐거운 축제가 열리듯
우리도 언젠가 무엇이 되어
기쁨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마술을 부리듯
빈 물병이 새 콜라병으로 변신하고
네모난 신문지가
둥근 두루말이 휴지로 환생하는 세상
음식물 쓰레기는 파이프를 타고
지역난방으로 회수된다
살아 움직일 때마다
숱한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마지막 갈 때까지
똥기저귀라도 버리고 가는 사람들
쓰레기는 재활용할 줄 알아도
정작 제 몸뚱아리는
어찌 분리수거하는지 모른다
혹 예수님 부처님 잘 믿으면
혹 윤회하고 천국 가려나
누구든 죽으면
십자가나 卍 자 하나 붙인 채
가장 비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지불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될 수밖에
소각장이나 매립지 곳곳에
현현(顯現)하는 것들은
잊혀져 가는 사자(死者)들의 새겨진 이름과
시들어가는 몇 송이 꽃 뿐이지만
저 하늘공원을 보아라
매립된 쓰레기가
수십 년 쌓여 산을 이루고
무성한 억새풀로 되살아나
가을이면 즐거운 축제가 열리듯
우리도 언젠가 무엇이 되어
기쁨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