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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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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0 398
저자 : 한승수     시집명 : 손톱을 깎으며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하움출판사
빨래 / 한승수


웅덩이에 물이 고이고
세찬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하면
쳇바퀴를 돌던 삶의 얼룩이
휘도는 물살을 타고
하얀 물보라로 쏟아져 내리고

썰물 빠져 나간
깊은 여울 속에는
아내와 나의 옷가지들이
지독한 운명인 양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있다

사라진 서로의
살내음을 그리워하며
둥글게 엉겨 붙은
젖은 조각들을 달래서 떼어
따뜻한 햇살 아래 널어놓으면

습기를 떨쳐낸 날개들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싶어
안타까이 파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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