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 꽃불 피우다
김윤자
0
512
2018.10.03 06:56
저자 : 김윤자
시집명 : 별 하나 꽃불 피우다
출판(발표)연도 : 2001년
출판사 : 조선문학사
별 하나, 꽃불 피우다
김윤자
등불없는 길 넘어 세월 날아간 자리
연둣빛 풀떨기 젊음 수혈하는 봄마루
해묵은 씨앗 고즈넉이 나와 앉았다.
책상 서랍 뒤켠 이름없이 숨어
갈꽃 지고 무서리 내리던 날
싹도 틔우기 전 시들까봐
가슴 속 잉걸불 지펴 겨울 사르고
훈기 모아 키워온 파아란 두뇌
청솔에 꽃 피워 봄을 부르니
봄빛은 머리 위에 서렸는데
말라 오그라진 혈관의 여린 맥
씨눈의 빗장 풀지 못함에 애닯다.
애끊는 속살의 몸부림에
천심(天心)은 문 열어 단비 내리시고
물너울 지어 심장까지 스민 봄물
우지끈 등 갈라 발아케 하니
잎눈 벌써 하늘빛 자태다.
암울한 터 겹겹 어둠 헤집고
예까지 나왔음에
찰흙 같은 밤 이제 더 이상
어둠이 아니라 빛의 연속이다.
오히려 작열한 태양빛 눈이 시리고
고적한 달빛마저 호사스러워
무명실 다리(橋) 늘이는 별 하나면
밤마다 심지(心志) 엮어 꽃불 피우리라
별 하나, 꽃불 피우다 - 한국 명시선 <해뜨는 지평선에서> 2004년, 시집 <별 하나 꽃불 피우다> 2001년
김윤자
등불없는 길 넘어 세월 날아간 자리
연둣빛 풀떨기 젊음 수혈하는 봄마루
해묵은 씨앗 고즈넉이 나와 앉았다.
책상 서랍 뒤켠 이름없이 숨어
갈꽃 지고 무서리 내리던 날
싹도 틔우기 전 시들까봐
가슴 속 잉걸불 지펴 겨울 사르고
훈기 모아 키워온 파아란 두뇌
청솔에 꽃 피워 봄을 부르니
봄빛은 머리 위에 서렸는데
말라 오그라진 혈관의 여린 맥
씨눈의 빗장 풀지 못함에 애닯다.
애끊는 속살의 몸부림에
천심(天心)은 문 열어 단비 내리시고
물너울 지어 심장까지 스민 봄물
우지끈 등 갈라 발아케 하니
잎눈 벌써 하늘빛 자태다.
암울한 터 겹겹 어둠 헤집고
예까지 나왔음에
찰흙 같은 밤 이제 더 이상
어둠이 아니라 빛의 연속이다.
오히려 작열한 태양빛 눈이 시리고
고적한 달빛마저 호사스러워
무명실 다리(橋) 늘이는 별 하나면
밤마다 심지(心志) 엮어 꽃불 피우리라
별 하나, 꽃불 피우다 - 한국 명시선 <해뜨는 지평선에서> 2004년, 시집 <별 하나 꽃불 피우다>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