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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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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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0 364
저자 : 김용화     시집명 : 감꽃 피는 마을
출판(발표)연도 : 1997     출판사 : 시와시학사
싸움



모이기만 하면 쌈박질이었다 그날도
친구 형들이
나랑 친구랑 싸움을 붙인 것이었다
늬랑 늬랑 붙으면 누가 이긴다니?
붙어보지도 못하고
꼬리를 내린다는 것은
아이들 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엎치락 뒤치락-
대흥내 밭고랑 한복판 봄비에 잘 자란
보리 싹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내가 깔리면 박수를 치고
올라서면 슬쩍 굴려 다시 깔리게 하는 식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어른들 눈 피해 슬금슬금 돌아들 가고
나만 홀로 밭고랑에 누워 있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이를 앙물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슬프도록 고운 봄 햇살이 눈물 언저리로
푸스러져 내리고 있었다
이담부턴 밥을 많이 먹어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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