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김용화
0
366
2018.10.09 23:36
저자 : 김용화
시집명 : 감꽃 피는 마을
출판(발표)연도 : 1997
출판사 : 시와시학사
싸움
모이기만 하면 쌈박질이었다 그날도
친구 형들이
나랑 친구랑 싸움을 붙인 것이었다
늬랑 늬랑 붙으면 누가 이긴다니?
붙어보지도 못하고
꼬리를 내린다는 것은
아이들 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엎치락 뒤치락-
대흥내 밭고랑 한복판 봄비에 잘 자란
보리 싹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내가 깔리면 박수를 치고
올라서면 슬쩍 굴려 다시 깔리게 하는 식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어른들 눈 피해 슬금슬금 돌아들 가고
나만 홀로 밭고랑에 누워 있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이를 앙물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슬프도록 고운 봄 햇살이 눈물 언저리로
푸스러져 내리고 있었다
이담부턴 밥을 많이 먹어야겠다 다짐했다
모이기만 하면 쌈박질이었다 그날도
친구 형들이
나랑 친구랑 싸움을 붙인 것이었다
늬랑 늬랑 붙으면 누가 이긴다니?
붙어보지도 못하고
꼬리를 내린다는 것은
아이들 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엎치락 뒤치락-
대흥내 밭고랑 한복판 봄비에 잘 자란
보리 싹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내가 깔리면 박수를 치고
올라서면 슬쩍 굴려 다시 깔리게 하는 식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어른들 눈 피해 슬금슬금 돌아들 가고
나만 홀로 밭고랑에 누워 있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이를 앙물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슬프도록 고운 봄 햇살이 눈물 언저리로
푸스러져 내리고 있었다
이담부턴 밥을 많이 먹어야겠다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