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국
das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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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1 10:38
저자 : 최한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월간 시와표현
어떤 자국
최한나
어떤 자국이든 입이 있고 꼬리가 있다 꼬리들 따라가다 보면
이파리가 돋아나 있고 길이, 바닥이 달린 자국이 있다 어떤 자국
은 죄의 자국인양 멍이 들어 있다 탯줄을 끊고 어머니를 지나온
자국은 여전히 진흙탕에 박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늑골 깊
은 곳의 어떤 자국은 신기루 같은 꽃잎들의 자국들을 모조리 먹
어치운다
스르르 미끄러진 자국이 풀숲으로 사라진다 언뜻 보면 몇 개의
별이 떨어진 자국 치명적인 독이 모여든 자국 미끄러지다 급정거
한 자국엔 휘청거린 졸음이 있었거나 잠시, 피안의 잡념이 몰려
온 흔적이 있다 그 자국에 물려 생사를 넘나든 경험이 한 번쯤
있다 브레이크자국으로 남은 한 남자 수 백 개의 입이 되어 한
여자의 전설만 갉아먹고 산다 꽃과 나비의 짧은 내력을 앓는 겨
울밤, 뒷길을 건너온 아침은 푸른 흉터로 눈부시다
대가리는 어디로 가고 검은 꼬리만 길게 남아 있을까 소름 돋
을 때가 있다 자국들이 나를 싣고 간다 돌아보면 어떤 자국은
희미하게 지워져 가는듯하지만 멀어져 가는 것일 뿐 언제나 길
은 나에게서부터 꼬리로 이어지고 자국들은 한데 엉겨 내 속에
있다
(시와표현 2018 03)
최한나
어떤 자국이든 입이 있고 꼬리가 있다 꼬리들 따라가다 보면
이파리가 돋아나 있고 길이, 바닥이 달린 자국이 있다 어떤 자국
은 죄의 자국인양 멍이 들어 있다 탯줄을 끊고 어머니를 지나온
자국은 여전히 진흙탕에 박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늑골 깊
은 곳의 어떤 자국은 신기루 같은 꽃잎들의 자국들을 모조리 먹
어치운다
스르르 미끄러진 자국이 풀숲으로 사라진다 언뜻 보면 몇 개의
별이 떨어진 자국 치명적인 독이 모여든 자국 미끄러지다 급정거
한 자국엔 휘청거린 졸음이 있었거나 잠시, 피안의 잡념이 몰려
온 흔적이 있다 그 자국에 물려 생사를 넘나든 경험이 한 번쯤
있다 브레이크자국으로 남은 한 남자 수 백 개의 입이 되어 한
여자의 전설만 갉아먹고 산다 꽃과 나비의 짧은 내력을 앓는 겨
울밤, 뒷길을 건너온 아침은 푸른 흉터로 눈부시다
대가리는 어디로 가고 검은 꼬리만 길게 남아 있을까 소름 돋
을 때가 있다 자국들이 나를 싣고 간다 돌아보면 어떤 자국은
희미하게 지워져 가는듯하지만 멀어져 가는 것일 뿐 언제나 길
은 나에게서부터 꼬리로 이어지고 자국들은 한데 엉겨 내 속에
있다
(시와표현 2018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