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심부름
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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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8 23:22
저자 : 김용화
시집명 : 첫눈 내리는 날에 쓰는 편지
출판(발표)연도 : 2004
출판사 : 문학세계사
빈 주전자 달랑 차고 술심부름 가는 길은
대낮에도 꼬리가 아홉 달린 늙은 여우가
미녀로 둔갑해 화장을 하고 나온다는 길이었다
콩잎 따서 주전자 주둥이 틀어막고
차돌백이 곱돌모랭이 지나 무거워서 한 모금,
부엉이재 넘다 무서워서 또 한 모금,
방죽머리 돌아오다 속이 타서 또 한 모금,
반쯤 빈 주전자 끌어안고
풀밭에 여치처럼 폭 박혀 곤한 잠 빠져들 때
-이놈, 개산 노을에 얼굴이 벌겋게 타는구나!
매방아집 할아버지,
구루마를 끌던 늙은 소도 빙긋이 웃어 주었다
대낮에도 꼬리가 아홉 달린 늙은 여우가
미녀로 둔갑해 화장을 하고 나온다는 길이었다
콩잎 따서 주전자 주둥이 틀어막고
차돌백이 곱돌모랭이 지나 무거워서 한 모금,
부엉이재 넘다 무서워서 또 한 모금,
방죽머리 돌아오다 속이 타서 또 한 모금,
반쯤 빈 주전자 끌어안고
풀밭에 여치처럼 폭 박혀 곤한 잠 빠져들 때
-이놈, 개산 노을에 얼굴이 벌겋게 타는구나!
매방아집 할아버지,
구루마를 끌던 늙은 소도 빙긋이 웃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