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고(訃音)
이성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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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06:00
저자 : 이 성두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2
출판사 :
어떤 부고(訃音)
허을 이성두
가을 잎새들이 무수하게
흩날릴 채비를 하든 어느 좋은 날
쓸쓸하지만 바람 꽤 괜찮게 불던 날
여기 샛노란 은행잎 하나 시절을 떠나
영원의 길에 들었음을 천지에 부고합니다
비록 간밤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지만
가고 옴이란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까닭에
너무나 사소한 생사의 비망록을 적고
때로는 바람결에 몹쓸 정도 더러 있었지만
너로 하여 하루하루가 들뜬 소풍 같았는데
온 곳도 가는 곳도 서로가 알지 못하는
생멸의 갈림길, 그 막막한 사선
파도 소리 끊어진 시간의 무덤
거기 주소 없는 빈 거리에서
이제 영원토록 서로를 숨바꼭질하며
한때 우리가 흙이었고 나무였고 사람이었다가
흐르는 곳마다 반가운 물줄기였다가
어느 날은 세상을 남김없이 적시는 빗방울로
어느 날은 무상한 세상에 층층히 쌓이던 눈송이로
빛과 어둠에도 영원히 썩지않는 바람에 흔날리며
한바탕 생의 애증愛憎놀이 막을 내리고
이제 얼굴 없는 바람의 넋이 되려니
구름 너머 저기 파란 하늘에서나 만나 볼까
이 가을 아직은 살아 있으나
때가되면 덧없이 사라져 갈 것들에게
오늘 이 한 잎의 낙엽을 삼가 부고합니다
허을 이성두
가을 잎새들이 무수하게
흩날릴 채비를 하든 어느 좋은 날
쓸쓸하지만 바람 꽤 괜찮게 불던 날
여기 샛노란 은행잎 하나 시절을 떠나
영원의 길에 들었음을 천지에 부고합니다
비록 간밤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지만
가고 옴이란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까닭에
너무나 사소한 생사의 비망록을 적고
때로는 바람결에 몹쓸 정도 더러 있었지만
너로 하여 하루하루가 들뜬 소풍 같았는데
온 곳도 가는 곳도 서로가 알지 못하는
생멸의 갈림길, 그 막막한 사선
파도 소리 끊어진 시간의 무덤
거기 주소 없는 빈 거리에서
이제 영원토록 서로를 숨바꼭질하며
한때 우리가 흙이었고 나무였고 사람이었다가
흐르는 곳마다 반가운 물줄기였다가
어느 날은 세상을 남김없이 적시는 빗방울로
어느 날은 무상한 세상에 층층히 쌓이던 눈송이로
빛과 어둠에도 영원히 썩지않는 바람에 흔날리며
한바탕 생의 애증愛憎놀이 막을 내리고
이제 얼굴 없는 바람의 넋이 되려니
구름 너머 저기 파란 하늘에서나 만나 볼까
이 가을 아직은 살아 있으나
때가되면 덧없이 사라져 갈 것들에게
오늘 이 한 잎의 낙엽을 삼가 부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