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종 바다종(서사시로 쓰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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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종 바다종(서사시로 쓰는 동화)

여울사랑 0 514
저자 : 여울 김준기     시집명 : 여울에 띄운 주홍글씨
출판(발표)연도 : 2013     출판사 : 월간문학출판사
<서사시로 쓰는 동화> 여울 김준기(시인)

  웅이와 종이는
대왕바위 마을 바닷가 언덕 오두막에서
속 정이 깊은 욕쟁이 할매와
엇질이 아빠랑 함께 산다네.
대왕바위 깊은 바다 용궁 선녀가 되었다는
엄마를 그리며 산다네.

Ⅹ-5. 종치기 웅이엄마

  웅이와 복실이는 막 달려서 학교에 왔습니다.
  운동장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바닷가로 갈걸 그랬구나 하다가 언뜻 종이 걸려 있는 교무실 쪽을 봅니다.
  종은 은백양나무 가지에 죽은 듯이 걸려있습니다.
  아마 종도 낮잠에 취해 있나 봅니다.
  옳지, 종을 쳐 보아야지 하고 나무 아래로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고개를 쳐들고 종을 올려다봅니다.
  팔을 뻗치면 곧 잡힐 것 같았습니다.

  종 붕알(아이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에 매어진 줄을 잡으려
  조심스레 팔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러나 종 줄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발 끝으로 서서 팔을 뻗어 보았습니다.
  걸상이 흔들흔들 흔들립니다.
  그래도 닿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종이 자꾸만 높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복실이 등에 올라 탈 수도 없습니다.
  돌이처럼 나무를 오르지도 못합니다.
  웅이는 그만 스르르 주저 앉아버립니다.
  종은 더 높이 올라갔습니다.

    ‘우리 선생님 있으문 될 낀데’

  선생님은 맨 날 종을 치시니까 종을 잡아 내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나도 한번 쳐 볼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다간
  혹시 선생님이 못 치게 하면 어쩌나 하고 금방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참, 울 엄마가 있으문 될 끼다. 그래, 문제없을 끼다.’
    웅이의 얼굴은 금방 환해졌습니다.
    ‘니네 엄마는 종치기래 종치기!’ 하고 놀려대던
    쫑이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언젠가 아버지한테서 들은 말이기도 합니다.
  웅이는 엄마가 선생님이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쫑이가 놀려대도 부끄럽기는커녕 자랑스럽기 까지 했었습니다.
  더구나
  동네에서 제일 예쁜 우리 선생님이 종을 칠 때는
  ‘우리 엄마는 종치기다!’ 하고 소리 지르고 싶기도 했습니다.
  웅이는 또 종을 올려다봅니다.
  종은 이제 하늘만큼이나 높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씨이, 우리 엄만 어디 갔노! 참말로 하늘나라 갔나?”

  웅이는 더욱 더 종이 치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종소리가 하늘나라에 울리면
  예쁜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다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자꾸만 자꾸만 생각납니다.
  웅이는 다시 종을 올려다봅니다.
  그러다가 그만 울상이 되고 맙니다.

    “씨이, 선생님은 언지 오노?”

 (→ 다음호 Ⅹ-6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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