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
옥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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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3 07:09
저자 : 박종영
시집명 : 미발표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낙하(落下)
-박종영
가을을 고운 색으로 다스리는 나무들
뿌리의 힘이 낯선 가을바람과 느슨한
햇볕의 양분을 끌어모아 조화로운 색감의 낙엽을 만들고
그 후, 노란 낙엽에게 낙하의 모험을 즐기게 한다.
나무의 밑동마다 굵게 패인 틈새에는
지난여름의 열기를 흘려보낸 아픔의 길이 나 있고
어미나무가 일러준 당부 말씀 안고 소리 없이
낙하하는 떼구름 같은 노란 잎들이
푸른 허공에 자리 내주고 울먹거린다.
잎의 낙하는 생의 소멸이 아니라
땅에 묻혀 그 나무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는 것으로
지는 잎을 소멸로만 여겨온 우리들의 사색이
얼마나 얄팍하고 가벼운가
줄줄이 바스락대는 붉은 잎 꿰어 달고
황천의 천산북로 머나먼 길 떠날지라도
이웃 푸른 나무에게 보내는 속마음 눈물 감추고
검은 구름 멀리 나 있는 하직의 길이 외롭다.
가는 길 차가운 겨울이 무섭게 반기더라도
긴 겨울의 침묵은 강을 건너는 나무의 덕목이려니
침묵도 오래 하면 기쁨으로 돋아나
풀리는 봄날 푸른 허공에 울창한 숲을 이루리라.
-박종영
가을을 고운 색으로 다스리는 나무들
뿌리의 힘이 낯선 가을바람과 느슨한
햇볕의 양분을 끌어모아 조화로운 색감의 낙엽을 만들고
그 후, 노란 낙엽에게 낙하의 모험을 즐기게 한다.
나무의 밑동마다 굵게 패인 틈새에는
지난여름의 열기를 흘려보낸 아픔의 길이 나 있고
어미나무가 일러준 당부 말씀 안고 소리 없이
낙하하는 떼구름 같은 노란 잎들이
푸른 허공에 자리 내주고 울먹거린다.
잎의 낙하는 생의 소멸이 아니라
땅에 묻혀 그 나무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는 것으로
지는 잎을 소멸로만 여겨온 우리들의 사색이
얼마나 얄팍하고 가벼운가
줄줄이 바스락대는 붉은 잎 꿰어 달고
황천의 천산북로 머나먼 길 떠날지라도
이웃 푸른 나무에게 보내는 속마음 눈물 감추고
검은 구름 멀리 나 있는 하직의 길이 외롭다.
가는 길 차가운 겨울이 무섭게 반기더라도
긴 겨울의 침묵은 강을 건너는 나무의 덕목이려니
침묵도 오래 하면 기쁨으로 돋아나
풀리는 봄날 푸른 허공에 울창한 숲을 이루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