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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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소설

dasarang 0 391
저자 : 최한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월간 <우리시>
엄마의 소설
최한나


엄마의 소설이 갈등구조를 지난다 점점 구부정해지는 구술의 책 당신이 주장하던 열 권중 이미 그 열권을 넘기지 오래다 지지부진한 저술은 접어두고 오늘도 아랫목 구술이 한창이다

뼈대는 한결 같고 오자투성이에 띄어쓰기도 엉망인 구술원고 이십 페이지쯤에 반드시 등장하는 말, 그땐 참 꽃 시절이었지 나비처럼 날아 댕겼어 유똥 저고리에 꽃분홍치마를 떨쳐입고 나가면 동네 총각들이 얼음이 되어버렸다고 그래서 할아버진 엄마를 중학교엘 안 보냈다고, 그래도 춘향전부터 톨스토이를 수십 번이나 읽었노라고,

열다섯엔 빨치산 소굴을 삼십 리 길이나 단숨에 달려가 신고했다는 페이지를 넘길 땐 습관이 되어버린 박수와 감탄사를 새로운 듯 목청껏 복습해 드려야한다 콩쿠르에 나가 양은밥솥을 타온 날엔 머리카락이 싹둑싹둑 잘려나갔다는, 침 튀기는 가위소리가 웃음고개를 오르락거리지만 기타쟁이 동네오빠와 야반도주만 성공했어도 나 같은 것은 오늘날 등장할 수 없었다는 대목에선 아찔해지는 나의 연기도 점점 무르익어 간다

얼굴 한 번 못 본채 혼사를 치룬 새신랑이 유학 떠나고 시어머니와 어린 시동생들 등에 업고 살았다는 새댁시절에 한숨이 집중된 듯도 하지만 입가의 잔주름에 번지는 수줍음이 간지럽게 읽히기도 한다

존재하지 않는 한 권의 걸어 다니는 소설책, 이젠 근육질이 점점 사라져가는 골방서재가 코를 골다가 잠꼬대 속에서도 집필을 한다 골다공 속으로 숨어버린 젊은 날들은 기승전결도 잊어버린 지 오래, 점점 심줄이 질겨져가는 저 화법. 에필로그를 쓰기위해 새벽부터 가래 끓는 기침으로 활자들을 가다듬는다 아직은 과거형 이야기만 지지부진, 절정은 언제 넘으려는지 에필로그가 나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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