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바가지의 공양
옥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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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8 22:28
저자 : 박종영
시집명 : 미발표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물 한 바가지의 공양
- 박종영
어린 시절 배가 고파 칭얼대면,
어머니는 우물에서 한 바가지
시원한 물을 떠 와서 먹이곤 했다.
그 물을 다 먹이고 나면
볼록하게 솟아오른 배를 쓸어내리며
속 울음 감추고 태연스럽게
"봐라, 물 한 바가지로 한 끼를 때웠으니
얼마나 오지냐."고 허방하게 웃으면서도
돌아서서 소맷귀에 눈물 훔치며
배고픔의 인내를 가르쳐 주던 어머니,
물로 배를 채우며 곤궁했던 세월
고봉밥을 먹은 것같이 든든한 뱃속이었을 때,
초라한 맑은 물 한 바가지 공양으로
하루가 해결되던 금쪽같은 시련이 있었기에
걸식의 학대를 이겨내고 우뚝 선 오늘,
부끄러운 가난을 대신하여 타이르던
어머니의 간곡한 훈육이 생명의 구휼(救恤)이었음을
어찌 오늘에 와서 잊을 수 있으랴.
- 박종영
어린 시절 배가 고파 칭얼대면,
어머니는 우물에서 한 바가지
시원한 물을 떠 와서 먹이곤 했다.
그 물을 다 먹이고 나면
볼록하게 솟아오른 배를 쓸어내리며
속 울음 감추고 태연스럽게
"봐라, 물 한 바가지로 한 끼를 때웠으니
얼마나 오지냐."고 허방하게 웃으면서도
돌아서서 소맷귀에 눈물 훔치며
배고픔의 인내를 가르쳐 주던 어머니,
물로 배를 채우며 곤궁했던 세월
고봉밥을 먹은 것같이 든든한 뱃속이었을 때,
초라한 맑은 물 한 바가지 공양으로
하루가 해결되던 금쪽같은 시련이 있었기에
걸식의 학대를 이겨내고 우뚝 선 오늘,
부끄러운 가난을 대신하여 타이르던
어머니의 간곡한 훈육이 생명의 구휼(救恤)이었음을
어찌 오늘에 와서 잊을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