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가을이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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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을이 울고 있습니다

고은영 0 1147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마지막 가을이 울고 있습니다 / (宵火)고은영

 
바람의 휘몰이에 어깨 위로 머리 위로
은행잎들이 눈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슬픔의 절정에 선 어느 슬픔보다
더욱 확고한 슬픔들이 겨울의 곁가지에 걸려 흐느낍니다
마지막 가을 그 아름다운 낙엽이
절정의 포지션으로 울고 있습니다
 
겁나게 쓰립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묻지 마십시오
왜 우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삶의 등피가 벌게지도록 지친 밤들은
또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실존은 언젠간 이렇게 비루하고 거친 내리막
심약한 줄기에 대롱거리기도 하는 일입니다

이제 더 바랄 무엇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예각을 곧추세운 바람 찬 거리
이별을 부추기는 아쉬움의 페이지에
마지막 잎새들이 휘~잉잉 울고 있습니다
휩쓸리는 나뭇잎들이 골목과 길을 매우고
겨울의 초입에서 샛노란 울음을 웁니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남의 자리에서
흘리는 눈물의 흔쾌한 아픔도
때론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떠남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사랑
그 완벽한 사랑 위에서
왜 우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어디가 아프냐고 묻지 마십시오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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