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찻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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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찻집에서

뜨라레 0 523
저자 : 강희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바닷가 찻집에서 / 강희창


    모이 쪼는 갈매기 되어 바닷가 찻집에
    홀로 앉아 새까만 고독을 달여 마신다
    잔이 비워짐에 조금씩 흔들리는 영혼, 그것은
    식어가는 몸 속에 깃든 온기 같은 것
    정녕 너는 어떻게 사라져 가는 것이냐

    바다쪽, 무수히 반짝이는 은빛 아우성을 들으며
    하늘 끝으로 가물가물 멀어지는 고깃배를 보며
    언제쯤 내 몸이 이 세상에서 식어갈 때에
    나의 영혼은 어떻게 떠나갈지를 생각한다

    저 아우성치는 바다위로 야트막이 날아
    빛살 속 은빛 언어들의 노래소리 들으며
    순백의 갈매기 날개깃이 물결 스치듯
    그렇게 그렇게 나의 영혼은 떠나 갔으면

    한 소절 소망을 그윽한 눈빛에 실어 주고
    식어가는 찻잔을 두 손으로 꼬옥 감싸 안으니
    갈매기 한마리 날래게 물차고 날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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