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박만식
0
407
2018.12.27 21:36
저자 : 박만식
시집명 : 물집
출판(발표)연도 : 2017
출판사 : 인간과 문학사
벽지
빗물 고시랑대며 달음질치던
바다가 우러러보던 군산 해망동 산동네
비탈진 골목 아무도 살지 않는
슬레이트집에 들어가 벽지를 뜯는다
누렇게 뜬 초벌용 신문
새앰 새앰 샘이 나서 먹었다던 샘표간장 광고도
고바우영감님 만화도 울컥 밀려나온다
정력은단, 활명수 광고가 붙어 나온다
살던 주인의 설레임도 박박 매정하게 쭈욱쭉
세상이 두근거릴 때 먹던 심장약 구심도
일본 아지노모드사와 기술 제휴했다는 미원 광고도
연탄불 석쇠에 그을린 시간과 간 갈치 굽는 내
니나노 집 쌍소리 젓가락 장단까지
얼씨구 좋구나 밀려 나온다
작은방 벽지로 쓴 달력을 뜯는다
풀벌레소리 딱새울음가 흘러나온다
쪼르륵 침 삼키며 서리하러 내려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채 원두막 모기장에 말라붙은
8월의 별들도 후두둑 쏟아진다
여름바다에 갇힌 비키니 여자가 숨을 쉰다
빗물 고시랑대며 달음질치던
바다가 우러러보던 군산 해망동 산동네
비탈진 골목 아무도 살지 않는
슬레이트집에 들어가 벽지를 뜯는다
누렇게 뜬 초벌용 신문
새앰 새앰 샘이 나서 먹었다던 샘표간장 광고도
고바우영감님 만화도 울컥 밀려나온다
정력은단, 활명수 광고가 붙어 나온다
살던 주인의 설레임도 박박 매정하게 쭈욱쭉
세상이 두근거릴 때 먹던 심장약 구심도
일본 아지노모드사와 기술 제휴했다는 미원 광고도
연탄불 석쇠에 그을린 시간과 간 갈치 굽는 내
니나노 집 쌍소리 젓가락 장단까지
얼씨구 좋구나 밀려 나온다
작은방 벽지로 쓴 달력을 뜯는다
풀벌레소리 딱새울음가 흘러나온다
쪼르륵 침 삼키며 서리하러 내려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채 원두막 모기장에 말라붙은
8월의 별들도 후두둑 쏟아진다
여름바다에 갇힌 비키니 여자가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