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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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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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

박만식 0 407
저자 : 박만식     시집명 : 물집
출판(발표)연도 : 2017     출판사 : 인간과 문학사
벽지



빗물 고시랑대며 달음질치던
바다가 우러러보던 군산 해망동 산동네
비탈진 골목 아무도 살지 않는
슬레이트집에 들어가 벽지를 뜯는다
누렇게 뜬 초벌용 신문
새앰 새앰 샘이 나서 먹었다던 샘표간장 광고도
고바우영감님 만화도 울컥 밀려나온다

정력은단, 활명수 광고가 붙어 나온다
살던 주인의 설레임도 박박 매정하게 쭈욱쭉
세상이 두근거릴 때 먹던 심장약 구심도 
일본 아지노모드사와 기술 제휴했다는 미원 광고도
연탄불 석쇠에 그을린 시간과 간 갈치 굽는 내
니나노 집 쌍소리 젓가락 장단까지
얼씨구 좋구나 밀려 나온다

작은방 벽지로 쓴 달력을 뜯는다
풀벌레소리 딱새울음가 흘러나온다
쪼르륵 침 삼키며 서리하러 내려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채 원두막 모기장에 말라붙은
8월의 별들도 후두둑 쏟아진다
여름바다에 갇힌 비키니 여자가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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