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줄을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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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줄을 서서

이향아 0 812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화음
출판(발표)연도 : 2011     출판사 : 시와시학
우리들은 줄을 서서/이향아

 

주례는 목소리를 깔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을 당부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는 않았다, 진리란 언제나 뻔한 소리니까
묵은 외상값을 치르듯이 봉투를 내밀어 밥표와 바꾸고
시장판 같은 멀미와 북새통에서
오랜만에 마주쳐 얼마만이야,
손을 잡고 우리들은 식당으로 몰려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광채를 숨기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구경꾼이요, 들러리
그들을 옹위하는 시종일 뿐 잘난 척 할 것은 없다

신랑 신부는 오늘이 인생의 절정인 줄 알고
일 년 열두 달이 언제나 오늘 같은 줄 알 것이다
‘이제 너도 고생길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 안달을 하는 사람도 있고
‘살아봐라 결혼이 별것인 줄 아냐’
이렇게 말하고 싶어 죽는 시늉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럴 것은 없다
결혼은 실로 별것이고 어려운 것이고 대단한 것이니까 
내게도 이런 날이 있었던가 
잘 살아라, 잘 살겠지
우리들은 줄을 서서 열심히 음식을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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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