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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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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이향아     날짜 : 19-01-10 19:30     조회 : 27    
    · : 타락했나 보다
    · 저자(시인) : 이향아
    · 시집명 : 화음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11
    · 출판사명 : 시와시학
타락했나 보다/이향아



가난이 드리우는 서늘한 그늘
새벽이슬 반짝이는 풀향기 같은 것     
사랑은 가난할수록 아름다운 줄 알았다   

나는 마치
세상살이와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모든 물질이 더러운 것처럼
그래서 인연을 끊은 것처럼
죽었으면 죽었지 
부자는 되지 않겠다고 맹세라도 할 것처럼 하였다

어머니가 종종 이르던 말
가난에도 암카난과 수카난이 있느니 
몸부림쳐 벗어나는 가난도 있지만 발목잡고 쫓아오는 철갑가난도 있느니- 
오늘 밤 TV에서는 뼈만 남은 방글라데시의 어린애들이
커다란 눈 불룩한 배로 수카난과 철갑가난을 보여주고 
IMF, 월가, 주가폭락, 공황, 무섭고도 어려운 말들
그까짓 것 돈 때문에 세상이 한꺼번에 무너질 것이라는 뉴스
눈앞을 먹칠하고

언제부턴가 나는 ‘가난할수록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외치던 기운
맑은 목청을 잃어버렸다
눈물겨운 연인들은 소설에나 있는가
아무래도 내가 타락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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