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서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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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0 19:40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화음
출판(발표)연도 : 2011
출판사 : 시와시학
눈을 감고서/이향아
잠을 청한다
눈을 떴다고 깨어 있는 것이 아니듯
감았어도 아주 절벽은 아니다
몸뚱이를 껌처럼 늘여서 구들장 위에
구들장 가려 막은 지붕 아래에
결국은 떠나지 못할 젖은 땅 위에
나는 영락없이 항복하는 사람이다
애써 세운 기둥을 무너뜨리고
이렇게 형편없이 널브러진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지엄한 시선
나 하마 큰일 날 약속을 어겼을까
그 때문에 돌아간, 닫힌 문도 있을까
어둠은 끊임없이 부스럭거리면서 초침 위를 지나가고
지구는 점점 더 소리를 내지르며 자전의 위세를 떨친다
촛불이 녹아내리듯 사위는 목숨
그래도 억지로 가라앉지는 말고
그렇다고 기를 쓰고 몸부림치지도 말기
그냥 기다리기
반드시 날은 밝아 오리니
눈을 감은 채
아니 뜨고서라도
잠을 청한다
눈을 떴다고 깨어 있는 것이 아니듯
감았어도 아주 절벽은 아니다
몸뚱이를 껌처럼 늘여서 구들장 위에
구들장 가려 막은 지붕 아래에
결국은 떠나지 못할 젖은 땅 위에
나는 영락없이 항복하는 사람이다
애써 세운 기둥을 무너뜨리고
이렇게 형편없이 널브러진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지엄한 시선
나 하마 큰일 날 약속을 어겼을까
그 때문에 돌아간, 닫힌 문도 있을까
어둠은 끊임없이 부스럭거리면서 초침 위를 지나가고
지구는 점점 더 소리를 내지르며 자전의 위세를 떨친다
촛불이 녹아내리듯 사위는 목숨
그래도 억지로 가라앉지는 말고
그렇다고 기를 쓰고 몸부림치지도 말기
그냥 기다리기
반드시 날은 밝아 오리니
눈을 감은 채
아니 뜨고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