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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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염천

이향아 0 408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화음
출판(발표)연도 : 2011     출판사 : 시와시학
그 해 염천/이향아



그 해 여름에는 매미들도 지악스럽게 울었다
울다가 지치면 금강 하구 개펄에 곤두박질을 쳤다
칠팔월 염천은 보리죽처럼,
먹다 흘린 잠방이의 풀떼기처럼
진기도 없는 것이 끈적거리기만 했다
강물도 제대로 흐르지 않고
하늘은 되디되게 정수리를 눌렀다
무너지는 억장을 혼자 앓다가
양잿물 마셔서 버린 몸 씻고
맑은 수틀 속으로 숨어버린 현옥 언니,
동서남북 무엇인지 세상물정 모르고
어리석은 심부름도 가리지 못하더니
대창에 찔려 죽은 친척아저씨,
나는 아직 혼령들을 보내지 못했다
한 바탕 비라도 퍼부었으면
천둥번개 벼락이나 내리쳤으면
여럿이서 울력하여 살려낼 수 있었을 걸
토악질 함께 하면 독기라도 빠졌을 걸
아직도 장례가 끝나지 않은
나는 그 여름을 보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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