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뿐이다
손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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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13:40
저자 : 손상호(우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미안함뿐이다
스님, 두 손 모우고 게송 외고 발우공양에 든다
교인, 성호를 긋거나 손깍지를 끼고 잠시 눈을 감는다
스님도 교인도 아닌 나는 감사 같은 건 모른다
나를 위해 죽어간 소, 돼지, 닭,
꽃대를 밀어올리지 못하고 뽑힌 배추와 무,
뜨거운 여름을 홀로 견뎌낸 몇 몇 열매에게
먹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전한다
산 것들의 목숨을 먹고 내가 살아야 해서
늘 미안함뿐이다
스님, 두 손 모우고 게송 외고 발우공양에 든다
교인, 성호를 긋거나 손깍지를 끼고 잠시 눈을 감는다
스님도 교인도 아닌 나는 감사 같은 건 모른다
나를 위해 죽어간 소, 돼지, 닭,
꽃대를 밀어올리지 못하고 뽑힌 배추와 무,
뜨거운 여름을 홀로 견뎌낸 몇 몇 열매에게
먹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전한다
산 것들의 목숨을 먹고 내가 살아야 해서
늘 미안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