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雪中)의 설화(雪花)가 영원하다
옥매산
0
332
2019.01.19 17:31
저자 : 박종영
시집명 : 미발표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설중(雪中)의 설화(雪花)가 영원하다
-박종영
새벽이 잠든 사이 수북이 쌓인 눈,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산은
언제나 한자리에 앉아 하얀 웃음으로 듬직하다.
밤이 찾아와 노란 달빛이
눈꽃을 환하게 비추며 나뭇가지를 흔들어 댈 때도
시샘하며 앞길을 막고,
쉽게 눈길을 내어 주지 않는다.
한겨울 모처럼 눈으로 치장한 산은 서정의 경연장이듯
풍경의 대열에 가담하고,
지난날 가을 단풍과 이별에 상심한 산마루는
알몸의 나무마다 그리움을 각인하며 옷을 입히고,
휘몰아치는 눈발에 깊은 발자국을 남기며 겨울을 외면한다.
높은 산봉우리가 깃을 세우고 추운 바람에 맞선다
그러나 작정하고 내리는 눈송이가 한데 모여
화려한 춤을 추며 흥을 돋우자 알몸의 나무를 들깨워
낭창한 북채를 만드는 저 산의 흥겨운 율동이
겨울잠이 달콤한 산새들의 신방을 훼방 놓는다.
고요한 순간마다 산바람 소리에 묻히는 눈발의 속삭임과
티끌 같은 내 흔적을 묻으려 해도 밀어내는
저토록 찬란한 이 땅의 아침,
혼자 보기 외로운 한 폭 설중(雪中)의 설화(雪花)가 영원하다.
-박종영
새벽이 잠든 사이 수북이 쌓인 눈,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산은
언제나 한자리에 앉아 하얀 웃음으로 듬직하다.
밤이 찾아와 노란 달빛이
눈꽃을 환하게 비추며 나뭇가지를 흔들어 댈 때도
시샘하며 앞길을 막고,
쉽게 눈길을 내어 주지 않는다.
한겨울 모처럼 눈으로 치장한 산은 서정의 경연장이듯
풍경의 대열에 가담하고,
지난날 가을 단풍과 이별에 상심한 산마루는
알몸의 나무마다 그리움을 각인하며 옷을 입히고,
휘몰아치는 눈발에 깊은 발자국을 남기며 겨울을 외면한다.
높은 산봉우리가 깃을 세우고 추운 바람에 맞선다
그러나 작정하고 내리는 눈송이가 한데 모여
화려한 춤을 추며 흥을 돋우자 알몸의 나무를 들깨워
낭창한 북채를 만드는 저 산의 흥겨운 율동이
겨울잠이 달콤한 산새들의 신방을 훼방 놓는다.
고요한 순간마다 산바람 소리에 묻히는 눈발의 속삭임과
티끌 같은 내 흔적을 묻으려 해도 밀어내는
저토록 찬란한 이 땅의 아침,
혼자 보기 외로운 한 폭 설중(雪中)의 설화(雪花)가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