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어디에 묻으랴 - 고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며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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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어디에 묻으랴 - 고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며 - 나희덕

poemlove 2 7061
저자 : 나희덕     시집명 : 뿌리에게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그대를 어디에 묻으랴
- 고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며

 나희덕


우리에게 땅이 없다
그대의 시신을 안고 도망쳐 나왔지만
따뜻하게 묻어줄 땅이 없다
병원 입구마다 몇 겹의 경찰들이
에워싼 그런 땅 말고,
우리가 그대를 따라 걸어가는 행렬이 되고
열려진 하늘 아래 그대의 무덤을 만들
몇 줌의 흙, 몇 발자국의 자유가
우리에게 없다
그대를 어디에 묻으랴
그대를 두고두고 어디에서 만나랴
죽음에 대해 자주 무디어지는 습관을
어느 곳에 무릎 꿇고 용서받으랴
망월동에서, 4.19묘지에서
묻힌 그대들을 만나는 그 순간마다
아직도 땅 없음을 어찌 다른 말로 둘러댈 수 있으랴
우리에게 땅이 없다
이제 그대가 누운 세 치의 죽음만이
우리의 깨끗한 땅이다
2 Comments
우주호 2005.07.14 17:35  
땅이 있음에도 땅이 없다, 는 역설적인 표현 , 아무나 느낄 수 없는 영감
정시호 2008.12.17 01:06  
신촌 굴레방다리 위, 한 여인은 백양로를 따라 내려온 시위대를 우뚝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다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있었다. 하오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탓에 그 모습은 눈 부시었으며 이윽고 "펑"히는 소리와 함께 다리에서 포도를 향하여 뛰어내리고 우리는 그 불길을 끄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그래 그날에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땅에 묻는 것 뿐이었다.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