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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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미역국

김병훈 0 398
저자 : 김병훈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년 11월     출판사 :
엄마의 미역국 - 詩 김병훈


평생 업데이트가 필요 없는
엄마의 미역국이란 카메라 어플로
내면의 민낯까지 셀카를 찍는 내 생일날 아침이다

엄마의 주방 영상의학과에서
내 마음의 뼈에 금이 간 곳은 없는지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내 눈물의 전립선에 암은 없는지
초음파 검사도 해보는 내 생일이다

식탁 위에 놓인 엄마의 미역국은
엄마의 아픈 자궁처럼 항상 눈물이 깊다
엄마의 미역국만큼 나를 슬프게 한 국도 없다

아침부터 엄마는 기장 미역으로
나를 한대 때리시는데 너무 아프고 시리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첫눈처럼 빨리 녹는다

내 생일날 아침에
엄마의 삶이란 노래의 내레이션은
항상 미역국이 시작한다

우리 엄마도 당신 엄마도
모든 엄마의 인생이란 바다의 내레이션은
언제나 미역국이다

꽃의 꽃말처럼 미역국에도 국말이 있다면
나는 우리 엄마의 슬픈 바다
엄마의 아픈 자궁 또는
엄마의 영원한 사랑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엄마의 슬픈 바다는 오늘이 불혹이다
엄마의 미역국은 여전히 눈물이 깊다

내가 생일 때마다 먹은 모든 미역국이
엄마의 아픈 자궁이고 눈물이다
누구에게나 생일 미역국은
엄마의 눈물과 사랑으로 푹 고운 미역 곰국이다

나는 미역국 안의 엄마와 나를 볼 때 가장 슬프다
엄마는 미역국 안의 나를 볼 때 가장 아플 것이다

미역국처럼 눈물이 가득한 국이 또 있을까
미역국처럼 사랑이 가득한 국이 또 있을까
미역국처럼 슬픔이 가득한 국이 또 있을까

미역국은 내게 가장 슬픈 국이다
서른 넘어서 먹은 모든 미역국이 아프고 슬펐다

엄마의 미역국은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국이지만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국이다

엄마의 미역국 한 그릇은
내 모든 슬픔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또 일년을 열심히 살도록 해주는
대체할 수 없는 사랑이다

내가 말없이 미역국 한 그릇을 다 비우면
엄마의 아픈 자궁은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엄마의 아픈 자궁에는 물혹이 하나 더 생겼다
엄마의 슬픈 바다에 물혹섬이 하나 더 생겼다

나는 엄마에게 자궁암보다 더 아픈 불혹의 자식이지만
엄마의 미역국은 내 인생의 영원한 엔진오일이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가장 잘 쓴 시를 낭송해주고 싶다
우리 엄마를 위해서 최고의 시를 쓰고 싶다

미역국은 내 슬픔의 태자(太子)가 태어난 궁이다
내 슬픔의 태자가 숨어사는 미역 동궁(東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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