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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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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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나희덕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눈길

 나희덕


사람의 발길이 닿는 순간부터
녹기 시작하는 눈,
젖은 눈은 금세 상처를 입고
나는 어제의 길 위에
또 하나의 길을 내며 간다
다시 더럽혀진 길들,
누구도 쉽게 내디딜 수 없고
마치 습기를 타고 번지는 곰팡이처럼
소문의 발자국이 무성하게 지나간
이 흙탕 속에 발을 담그며 간다
더러는 꺾인 채로 더러는 일어선 채로
눈 위로 솟아난 들풀 같은 삶
먼 길을 걸어온 나에게
건네는 위로 한마디가
이 눈발이라면,
눈 위에 길을 내고
그 길을 다시 덮어가는 이 눈발 속으로
젖은 발끝만 보며 걷고 있는 나에게
어디선가 날아온 눈덩이 하나
등에 와서 박히는, 이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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