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변이
이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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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1 12:31
저자 : 이길옥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5
출판사 :
<시의 변이>
- 시 : 돌샘/이길옥 -
옛날에는 시도 낭만이 있어
담장 너머로 이웃집 처녀를 훔쳐보며 가슴 뛰었다는데
옛날에는 시도 풍류를 즐길 줄 알아
정자 그늘에서
거문고나 가야금 줄타기를 하다가 피곤하면
기녀의 속치마를 끌어 덮고 누워
발밑에 흐르는 계곡물 소리로 흥을 일으켜 세우거나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을 친구로 불러 이야기 나누었다는데
그러던 시가
더럽고 아니꼽고 치사한 일에 물들면서
못된 버릇만 긁어모아 뼈대를 불리는 놈들
멱살 휘어잡고
증오로 끓는 울분과 분노의 칼에 날을 세우게 되고 말았어
민초의 고혈膏血에 빨대를 대는 놈들
심장에 바늘침을 꽂아 숨통을 조일 수밖에 없게 되다니
그런데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가 있다는 거야
바뀐 것은 살아가는 방식뿐
시가 살맛에 불을 붙이며 티를 내고 거들먹거린다는 거야
그러면서 가끔 돈 안 나오는 성질 끌어내어
분풀이 상대를 찾아 눈 뒤집는 일에 능숙한 솜씨로
불끈불끈 힘자랑을 하고 있다는 거야
- 시 : 돌샘/이길옥 -
옛날에는 시도 낭만이 있어
담장 너머로 이웃집 처녀를 훔쳐보며 가슴 뛰었다는데
옛날에는 시도 풍류를 즐길 줄 알아
정자 그늘에서
거문고나 가야금 줄타기를 하다가 피곤하면
기녀의 속치마를 끌어 덮고 누워
발밑에 흐르는 계곡물 소리로 흥을 일으켜 세우거나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을 친구로 불러 이야기 나누었다는데
그러던 시가
더럽고 아니꼽고 치사한 일에 물들면서
못된 버릇만 긁어모아 뼈대를 불리는 놈들
멱살 휘어잡고
증오로 끓는 울분과 분노의 칼에 날을 세우게 되고 말았어
민초의 고혈膏血에 빨대를 대는 놈들
심장에 바늘침을 꽂아 숨통을 조일 수밖에 없게 되다니
그런데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가 있다는 거야
바뀐 것은 살아가는 방식뿐
시가 살맛에 불을 붙이며 티를 내고 거들먹거린다는 거야
그러면서 가끔 돈 안 나오는 성질 끌어내어
분풀이 상대를 찾아 눈 뒤집는 일에 능숙한 솜씨로
불끈불끈 힘자랑을 하고 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