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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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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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이향아 0 424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시와시학
억새/이향아 



바람이 밀어 붙이는 대로 순하게 쓰러져
두 팔로 하늘이나 쓰다듬을 뿐
억새는 한 번도 억센 적이 없다
허튼 일 한 번도 꿈꾼 적이 없다

반짝이는 은발이 호사스러워
바람은 여기서
당장 지금 대답하라 보채고   
너를 사랑한다는 말 믿어도 될까   
실속 없는 뜬소문에 귀가 운다
 
눈앞 캄캄할수록 혼자 가는 길을 알아   
고집도 없이 흔들리는 억새     
버리고 떠난 들판 휑하니 넓어지면     
고개를 더 깊이 제 가슴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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