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해야 할 때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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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1 21:26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시와시학
허락해야 할 때/이향아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지
오그렸던 주먹을 폈다
밀린 안부를 물으면서
숨결도 여울처럼 낮게 흘렀다
움킨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도록
힘줄이 당기고 쥐가 나도록
나 오랜 동안 막혀 있었구나
퍼렇게 일어서는 손등의 핏줄
참 오랜 동안 떨고 있었구나
죽도록 지키고 싶은 건 무엇이었는가
제대로 지키기는 했는가
열 손가락 가지런히 정한 그늘에 펴면
주름살마다 패인 미망의 시간
이제는 손을 잡아 허락해야 할 때
광막한 궁창 어느 낯선 곳이라도
순하게 나를 풀어 보내야 할 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지
오그렸던 주먹을 폈다
밀린 안부를 물으면서
숨결도 여울처럼 낮게 흘렀다
움킨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도록
힘줄이 당기고 쥐가 나도록
나 오랜 동안 막혀 있었구나
퍼렇게 일어서는 손등의 핏줄
참 오랜 동안 떨고 있었구나
죽도록 지키고 싶은 건 무엇이었는가
제대로 지키기는 했는가
열 손가락 가지런히 정한 그늘에 펴면
주름살마다 패인 미망의 시간
이제는 손을 잡아 허락해야 할 때
광막한 궁창 어느 낯선 곳이라도
순하게 나를 풀어 보내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