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열일곱 마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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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열일곱 마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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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진숙     시집명 : 원숭이는 날마다 나무에서 떨어진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우리글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 마리, 양 다섯 마리, 양 여섯 마리, 양 일곱 마리, 양 여덟 마리, 양 아홉 마리, 양 열 마리, 양 열한 마리, 양 열두 마리, 양 열세 마리, 양 열네마리, 양 열다섯 마리, 양 열여섯 마리, 양 열일곱 마리....................울먹이는 소리는 이제 멎었습니다 눈가에 맺힌 이슬이 흘러내리고 마른 자욱이 남습니다 이제 엄마가 양을 셉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 마리, 양 다섯 마리, 양 여섯 마리, 양 일곱 마리, 양 여덟 마리, 양 아홉 마리, 양 열 마리, 양 열한 마리, 양 열두 마리, 양 열세 마리, 양 열네 마리, 양 열다섯 마리, 양 열여섯 마리, 양 열일곱 마리...............................오늘 외할머니는 외할머니의 집으로 가셨습니다 한 살, 두 살, 세 살, 네 살 때까지 길러주신 외할머니는 가셨습니다 지금 열한 살인 아이는 즐겁게 손을 흔들고 할머니가 쥐어주신 용돈으로 만들기 장난감을 샀습니다 우주인을 한 사람 탄생시킨 아이는 갑자기 마음이 우울하다며 베개를 그러쥐었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냥, 그냥 그래요 그냥이요, 아가야, 엄마도 그냥 눈물이 나는구나, 엄마는 아이를 끌어안았습니다 함께 잘까,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아이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만화책에서 본 양을 불러내었습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 마리, 양 다섯 마리 양 여섯 마리, 양 일곱 마리, 양 여덟 마리, 양 아홉 마리, 양 열 마리, 양 열한 마리, 양 열두 마리, 양 열세 마리, 양 열네 마리, 양 열다섯 마리, 양 열여섯 마리, 양 열일곱 마리..............................그리고 밤을 기다렸던 적막이 밀려들고 그 적막 한 가운데에 엄마가 있습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 마리, 양 다섯 마리 양 여섯 마리, 양 일곱 마리, 양 여덟 마리, 양 아홉 마리, 양 열 마리, 양 열한 마리, 양 열두 마리, 양 열세 마리, 양 열네 마리, 양 열다섯 마리, 양 열여섯 마리, 양 열일곱 마리.............................그래도 밤새 별꽃에 맺힌 이슬은 마른 자욱을 남기지 않고 반짝거리고, 양을 세는 밤은 아무래도 말없이 깊어만 갈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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