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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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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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진숙     시집명 : 원숭이는 날마다 나무에서 떨어진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우리글
얼굴이 빨갛게 부풀어 얼굴이 풍선인지 풍선이 얼굴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무작정 침까지 흘려가며 불고 불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풍선은 이미 터진 뒤였습니다  또 한 개의 풍선을 집어들었을 때... 왜 이리도 가벼운 것일까요, 이렇게 가벼운 우주 속에 나의 무거운 허무는 가당치 않았던 것일까요, 우주 안에 갇히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다가 발버둥치다가 뻥, 우주와 나와의 담장을 무너뜨리고 맙니다  벽에는 나의 잔치를 기다리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고 풍선이 걸려야 할 자리들이 하얗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바닥에는 찢어진 풍선조각들이 빨갛게 파랗게 널려있고 햇볕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창을 엽니다 어지럼증으로 비틀거리며 날아가는, 수천 수만의 새들,  아아, 무릎까지 가슴까지 덮여오는 노랗고 푸른 새 풍선들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저 시간의 혈흔들, 용수철처럼 버티며 떠오르는 한 떼의 내 주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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