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 전재복
봄비전재복
0
401
2019.02.22 21:52
저자 : 전재복
시집명 : 연지당 사람들
출판(발표)연도 : 2016
출판사 : 창조문예사
* 위로 / 전재복
뒤꼭지에 눈이 없어서
웃는 얼굴 뒤에 숨은
슬픔을 보지 못 한다
고개 돌리지 않아도
뒤를 볼 수만 있다면
허세 뒤에 숨어
벌벌 떠는 나약함을 불러내어
괜찮다 괜찮다 토닥여 줄 텐데
화장을 지우듯
하루를 접는 시간
두덕두덕 걸쳐 입은
무거운 껍질을 벗으며
비로소
힘들었을 사지를 편다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갑옷을 포개 입는 일
방패를 닦고
화살촉을 가는 일
누군가의 가슴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되돌아온 화살에 상처를 입는 일
팔을 두 배쯤 늘릴 수만 있다면
가만히 등 뒤로 두 팔을 돌려
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하염없이
쓸쓸하고 지친 등을 쓰다듬어 주리
설움이 녹을 때까지 쓰다듬어 주리
뒤꼭지에 눈이 없어서
웃는 얼굴 뒤에 숨은
슬픔을 보지 못 한다
고개 돌리지 않아도
뒤를 볼 수만 있다면
허세 뒤에 숨어
벌벌 떠는 나약함을 불러내어
괜찮다 괜찮다 토닥여 줄 텐데
화장을 지우듯
하루를 접는 시간
두덕두덕 걸쳐 입은
무거운 껍질을 벗으며
비로소
힘들었을 사지를 편다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갑옷을 포개 입는 일
방패를 닦고
화살촉을 가는 일
누군가의 가슴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되돌아온 화살에 상처를 입는 일
팔을 두 배쯤 늘릴 수만 있다면
가만히 등 뒤로 두 팔을 돌려
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하염없이
쓸쓸하고 지친 등을 쓰다듬어 주리
설움이 녹을 때까지 쓰다듬어 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