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게 1 - 나희덕
poe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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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7 07:11
저자 : 나희덕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고통에게 1
나희덕
어느 굽이 몇번은 만난듯도 하다
네가 마음에 지핀듯
울부짖으며 구르는 밤도 있지만
밝은 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러나 너는 정작 오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날 너는 무심한 표정으로 와서
쐐기풀을 한 짐 내려놓고 사라진다
사는 건 쐐기풀로 열두벌의 수의를 짜는 일이라고,
그때까지는 침묵해야 한다고,
마술에 걸린듯 수의를 위해 삶을 짜 깁는다
손끝에 맺힌 핏방울이 말라가는 것을 보면서
네 속의 폭풍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봄볕이 어른거리는 뜰에 쪼그려 앉아
너를 생각하기도 한다
대체 나는 너를 기다리는 것인가
오늘은 비명없이도 너와 지낼수 있을 것 같아
나 너를 기다리고 있다 말해도 좋은 것인가
제 죽음에 피어날 꽃처럼, 봄뜰처럼
나희덕
어느 굽이 몇번은 만난듯도 하다
네가 마음에 지핀듯
울부짖으며 구르는 밤도 있지만
밝은 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러나 너는 정작 오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날 너는 무심한 표정으로 와서
쐐기풀을 한 짐 내려놓고 사라진다
사는 건 쐐기풀로 열두벌의 수의를 짜는 일이라고,
그때까지는 침묵해야 한다고,
마술에 걸린듯 수의를 위해 삶을 짜 깁는다
손끝에 맺힌 핏방울이 말라가는 것을 보면서
네 속의 폭풍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봄볕이 어른거리는 뜰에 쪼그려 앉아
너를 생각하기도 한다
대체 나는 너를 기다리는 것인가
오늘은 비명없이도 너와 지낼수 있을 것 같아
나 너를 기다리고 있다 말해도 좋은 것인가
제 죽음에 피어날 꽃처럼, 봄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