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느린 걸음
곽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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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4 10:06
저자 : 곽상희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시(詩)의 느린 걸음
곽상희
시를 위해 네가 필요하단다, 이곳,
그 곳에서 먼데 있는 이상한 숲에선
시를 위해 너의 눈물이 필요 하단다
너의 따듯한 손이
오늘도 나는 너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린다, 언제나 열려진 문,
거울에 반사되어 햇빛 부신 문, 내 앞에선 석경(石鏡) 같다
난 석경 앞에서 간밤 피우다 놓친 꽃 줄 하나 가슴에 안고
사막의 수없는 어지러운 내 발자국을 보았지
그러나 나는 한발자국도 뒤돌릴 수 없어
사랑도 미움도 바람 따라 이미 떠나갔는데
몸보다 몇 천배로 커버린 네 사랑 앞에서
에베레스 산정에서 별빛처럼 앓다 지상의 가련한 꽃 하나
바위에는 비가 되어 내려도 사막의 바위 뿌리의 가슴을 풀어헤쳐도
시간의 궤도는 재연되지 않아
바위가 나비가 되고 별이 되기까지 너는 천만 세월 변함없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도 난 엎드려 가고 있어
꿈틀 꿈틀 너무 느려, 미안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시인들의 시도 발걸음 더디게 하고
우주 공간을 종횡으로 훔치는 생각들, 도저히 고칠 수 없는 내 시가 있어
그러나
너는 그대로이네,
본래부터
넌 가득 차 있었지, 있었지....
곽상희
시를 위해 네가 필요하단다, 이곳,
그 곳에서 먼데 있는 이상한 숲에선
시를 위해 너의 눈물이 필요 하단다
너의 따듯한 손이
오늘도 나는 너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린다, 언제나 열려진 문,
거울에 반사되어 햇빛 부신 문, 내 앞에선 석경(石鏡) 같다
난 석경 앞에서 간밤 피우다 놓친 꽃 줄 하나 가슴에 안고
사막의 수없는 어지러운 내 발자국을 보았지
그러나 나는 한발자국도 뒤돌릴 수 없어
사랑도 미움도 바람 따라 이미 떠나갔는데
몸보다 몇 천배로 커버린 네 사랑 앞에서
에베레스 산정에서 별빛처럼 앓다 지상의 가련한 꽃 하나
바위에는 비가 되어 내려도 사막의 바위 뿌리의 가슴을 풀어헤쳐도
시간의 궤도는 재연되지 않아
바위가 나비가 되고 별이 되기까지 너는 천만 세월 변함없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도 난 엎드려 가고 있어
꿈틀 꿈틀 너무 느려, 미안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시인들의 시도 발걸음 더디게 하고
우주 공간을 종횡으로 훔치는 생각들, 도저히 고칠 수 없는 내 시가 있어
그러나
너는 그대로이네,
본래부터
넌 가득 차 있었지,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