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 애견, 반려견 시 모음 -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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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 애견, 반려견 시 모음 -김용화

김용화 0 2308
저자 : 김용화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     출판사 :
노파와 개


노파가 죽었다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흰둥이
혼자

주검 곁을
지키고 있다

 

고욤 꽃 아래서

 
노파와 개가 마주 앉았다

복실아
……

심심하지?
……

그래, 산다는 게
그런 거란다
……

고욤 꽃이 지고 있다



개밥바라기별


개장수 줄에 묶여
끄-을려가던
복실이

울음빛 노을 속에
산모롱이
돌아갈 때

찬찬히
뒤따르던

개밥바라기별


루루

 
우리 집 강아지 루루는 미용하러
가는 날을
제일 싫어한답니다

딸아이가 전화 예약을 하는데
전화기 옆에 납죽 엎드려
왕방울만 한 눈알 휘둥그렇게 뜨고

눈 깜작, 귀 쫑긋,
통화 내용 콕콕 짚어내고는 푸-푸-
한숨만 내쉬더니

신발 물어다 감추고
시치미 뚝 떼며
식구들 눈치 하나하나 살핀답니다


사람과 개


이삿짐 떠나고
강아지 한 마리
폐가구 곁에
오도마니 앉아 있었다

다음날
다다음 날도
앉아 있었다

발짝 소리 날 때마다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쎄리


쎄리가 팔려갔다, 할머니는 막내를 업고
방죽머리까지 따라 나가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 주었다

이튿날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응앙응앙- 문살 긁으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빗속을 뚫고
읍내 삼십 리 길을
피투성이가 되어 도망쳐 온 것이었다

“영물이여, 영물이여……”
할머니는 하얀 행주로 쎄리 몸뚱이를 닦아주고
쎄리는 꽃잎 같은 혀로
할머니 손등을 핥아 주었다

날이 밝았다
문 밖에 개장수가 서 있었다
납죽 배를 깔고 파들파들 떨며
슬픈 눈빛으로 식구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스피커 줄에 묶여
자운영 꽃 붉은 논둑길 따라
멀리 희미한 한 개 점으로 지워져가던 쎄리……


루루를 위한 세레나데


너와 함께 거닐던 솔밭 사이 산책길 따라가며
이름 불러보면
초저녁 초록별로 떠올라
눈빛 반짝이는 너,

세상은 너한테 살 만한 곳이 못 되었나 보다
천둥소리가 무섭다고
울면서 집을 나가 하늘로 간 너,
천둥 번개가 없는
천왕성이나 명왕성 어디쯤 조용한 별에 가서
다시 태어나거라

시츄, 4.5kg의 여덟 살 난 여아, 이름 루루,
임신 경험 없고 날씬한 몸매,
소리에 매우 민감하고 시력 약한 편임,
밝은 갈색 털에
이마와 뒷목덜미 흰색 다이아몬드 무늬

루루, 이름만 부르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두 귀를 쫑긋,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잘 가라,
우리 집 착한 루루, 이젠 너의 모든 것을
놓아 주련다, 솔바람 소리에게
노오란 애기똥풀에게
모감주나무 이파리에 붙은 풀잠자리 작은 알들에게


슬픈 본능


우리 집 강아지 루루는
보금자릴 꾸려놓고
젖꼭지가
선홍빛으로 보풀어 오르며
상상 임신을 했다
올 같은 유례없는 가뭄에
주말농장
오이,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는
땡볕에 타들어가며
마디마디 꽃을 피워 놓았다
별 총총 이 한밤
하늘나라 초록별로 떠올라
눈빛 반짝이는 루루는
엄마별이 되어
새끼들 돌보며 잘 있을까


모감주나무 아래에서


모감주나무 샛노란 꽃등 켜 다는 유월
강아지로 왔다
사람이 되어 떠나간
루루,

신발장 아래 가지런히 옷 벗어놓고
목줄에 달아준 어여쁜 이름도
떼어놓고

무지개 건너 하늘하늘 고요한 세상 찾아
알몸으로 떠나가 버린
여덟 살,

어느 하늘 작은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을까


 
11월, 어느 날
-루이를 보내며


낙엽이 내리는 가을 산 올라
홀쭉한 배낭 풀어
한 줌이 된 널 꼭꼭 묻고
내려오는 길
바람이 자꾸 등덜미를 당겨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가려고
진홍빛 노을이 타는 산등성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올라 보니
예가 겐지 게가 옌지
게가 옌지 예가 겐지
온 산 낙엽이 휘몰아쳐
정신 줄 놓고 그만
너랑 함께 나도 가을 산 되었네

 

어떤 개의 죽음


문전을 기웃거리던
강아지
한 마리

가을이 깊을수록
털 빠지고
뼈 앙상하더니

오늘 아침, 그의
주검 위에
조용히
눈이 내린다

흰 쌀밥 같은 눈이
소복이
담겨

동그란 봉분 만든다


 
하늘로 간 다이코


7.8의 강진이 덮친 건물 더미 속에서
한 구조 탐지견이
7명의 목숨을 구하고 탈진,
헐떡거리며 쓰러졌다
다이코(Dayko)!
에콰도르 북부 이바라 소방서 응급구조대 소속
올해 네 살 난
흰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種)
사인, 관상동맥 심근경색 및 급성 호흡부전
구조작업에 맹활약 중
여러 차례 열사병 증세를 보였으나
구조견의 의무를 다하고 마침내
하늘의 부름을 받다, 2016년 4월 22일-



꽃샘추위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구로구
오류시장 인근 길가
누렁이 한 마리
헌옷가지 좌판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평생을 지켜온
삶의 터전,
할머니가 헌옷 주우러 간 사이

진홍빛 목도리 돌돌 말아 두르고 눈이 빠지게
할머니 기다리는 누렁이 곁에
두 팔 벌려 기지개를 켜는 겨울나무들

연둣빛 실핏줄 톡톡 터뜨리며
잎눈 꽃눈 하늘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

 




 













노파와 개


노파가 죽었다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흰둥이
혼자

주검 곁을
지키고 있다




개밥바라기별


개장수 줄에 묶여
끄-을려가던
복실이

울음빛 노을 속에
산모롱이
돌아갈 때

찬찬히
뒤따르던

개밥바라기별




사람과 개


이삿짐이 떠나고
강아지 한 마리
버려진 가구 곁에
오도마니
앉아 있었다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앉아 있었다
발자국 소리
날 때마다
번쩍,
머리를 쳐들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떤 개의 죽음


문전을 기웃거리던
강아지
한 마리

가을이 깊을수록
털 빠지고
뼈 앙상하더니

오늘 아침, 그의
주검 위에
조용히
눈이 내린다

흰 쌀밥 같은 눈이
소복이
담겨

동그란 봉분 만든다




쎄리


쎄리가 팔려갔다, 할머니는 막내를 업고
방죽머리까지 따라 나가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 주었다

이튿날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응앙응앙- 문살 긁으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빗속을 뚫고
읍내 삼십 리 길을
피투성이가 되어 도망쳐 온 것이었다

“영물이여, 영물이여……”
할머니는 하얀 행주로 쎄리 몸뚱이를 닦아주고
쎄리는 꽃잎 같은 혀로
할머니 손등을 핥아 주었다

날이 밝았다
문 밖에 개장수가 서 있었다
납죽 배를 깔고 파들파들 떨며
슬픈 눈빛으로 식구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스피커 줄에 묶여
자운영 꽃 붉은 논둑길 따라
멀리 희미한 한 개 점으로 지워져가던 쎄리……



루루


우리 집 강아지 루루는 미용하러
가는 날을
제일 싫어한답니다

딸아이가 전화로 예약을 하는데
전화기 옆에 납죽 엎드려
왕방울만 한 눈알 휘둥그렇게 뜨고

눈 깜작, 귀 쫑긋,
통화 내용 콕콕 짚어내고는 푸푸
한숨만 내쉬더니

신발 물어다 감추고
시치미 뚝 떼며
식구들 눈치 하나하나 살핀답니다



루루를 위한 세레나데


너와 함께 거닐던 솔밭 사이 산책길 따라가며
이름 불러보면
초저녁 초록별로 떠올라
눈빛 반짝이는 너,

세상은 너한테 살 만한 곳이 못 되었나 보다
천둥소리가 무섭다고
울면서 집을 나가 하늘로 간 너,
천둥 번개가 없는
천왕성이나 명왕성 어디쯤 조용한 별에 가서
다시 태어나거라

시츄, 4.5kg의 여덟 살 난 여아, 이름 루루,
임신 경험 없고 날씬한 몸매,
소리에 매우 민감하고 시력 약한 편임,
밝은 갈색에
이마와 뒷목덜미 흰색 다이아몬드 무늬

루루, 이름만 부르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두 귀를 쫑긋,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잘 가라,
우리 집 착한 루루, 이젠 너의 모든 것을
놓아 주련다, 솔바람 소리에게
노오란 애기똥풀에게
모감주나무 이파리에 붙은 풀잠자리 작은 알들에게




모감주나무 아래에서


모감주나무 샛노란 꽃등 켜 다는 유월
강아지로 왔다
사람이 되어 떠나간
루루,

신발장 아래 가지런 옷 벗어놓고
목줄에 달아준
어여쁜 이름표도 떼어놓고

무지개다리 건너 고요한 세상 찾아 알몸으로
떠나가 버린
미운
여덟 살,

어느 하늘 작은 별 되어 반짝이고 있을까
루루…




11월, 어느 날
-루이를 보내며


낙엽이 내리는 가을 산 올라
홀쭉한 배낭 풀어
한 줌이 된 널 꼭꼭 묻고
내려오는 길
바람이 자꾸 등덜미를 당겨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고 가려고
진홍빛 노을이 타는 산등성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올라 보니
예가 겐지 게가 옌지
게가 옌지 예가 겐지
온 산 낙엽이 휘몰아쳐
정신 줄 놓고 그만
너랑 함께 나도 가을 산 되었네



하늘로 간 다이코

 
7.8의 강진이 덮친 건물 더미 속에서
한 구조 탐지견이
7명의 목숨을 구하고 탈진,
헐떡거리며 쓰러졌다
다이코(Dayko)!
에콰도르 북부 이바라 소방서 응급구조대 소속
올해 네 살 난
흰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種)
사인, 관상동맥 심근경색 및 급성 호흡부전
구조작업에 맹활약 중
여러 차례 열사병 증세를 보였으나
구조견의 의무를 다하고 마침내
하늘의 부름을 받다, 2016년 4월 22일-

 
꽃샘추위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구로구
오류시장 인근 길가에
누렁이 한 마리,
헌옷가지 좌판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평생을 지켜온
삶의 터전,
할머니가 헌옷 주우러 나간 사이

진홍빛 목도리 돌돌 말아 두르고 눈이 빠지게
할머니를 기다리는
누렁이 곁에
두 팔 벌려 기지개를 켜는
겨울나무들,

연둣빛 실핏줄 톡톡
터뜨리며
꽃눈, 잎눈, 하늘로 밀어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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