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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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어머니

이향아 0 444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머니 큰 산
출판(발표)연도 : 2012     출판사 : 시문학사
노래하는 어머니/이향아 


 
저고리 깃고대에 인두질을 하면서   
고구마 줄기 껍질을 벗기면서
마늘을 까면서, 빨래를 개면서
쑥버무리 개떡을 절구질하면서 
어머니가 지어 부르는 즉흥시, 서사시
그것은 보통 말에 곡조를 붙인 창가 
애조에 흐느끼던 어머니의 국어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세상을 뜨던 날엔 하얀 상장을 머리에 꽂고 
흐느끼듯 읊조리며 노래를 부르면서 
대궐 쪽 북향하여 예를 갖추던 모습   
그것은 도덕인 동시에 역사, 윤리인 동시에 법조였다 
공경에 사무치던 어머니의 노래

어머니의 수사법은 꽃밭처럼 융숭하고     
어머니의 비유는 칼날처럼 아팠다
어머니의 문채는 청결하기 새벽 같고 
어머니의 문법은 물길처럼 유구했다
애가 타서 재가 되고
속이 썩다가 물이 되고
귀신도 눈치 못 챌 절간 뒤꼍에
달개비꽃 호수처럼 떠올랐다는
말끝마다 놀랍던 어머니의 어휘들
어머니학교를 제대로만 다녔어도
나 이리 시시하진 않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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