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렁길에서 결국 울음을 얻다 / 박얼서
박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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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5 07:40
저자 : 박얼서
시집명 : 오늘이 일생이다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비렁길에서 결국 울음을 얻다 / 박얼서
금오도에서 비렁길은 벼랑길이었다
마음 깊이 상처를 품고 떠났기에
터덜터덜한 외로움 걸머쥔 그 길 위에서
억울함을 끌어안고 앙 뒹굴었다
마구 짓밟고 먼 길을 걸어 삭혔어도
쉽게 썩거나 지워지지 않는 것들
그 미움들 마치 독초들이었다
샛노랗게 돋아난 유채꽃 언덕을 만났을 땐
걸터앉아 씻고 또 헹구어 보고,
햇봄의 복사꽃 해맑은 위로 앞에선
그 곁에 오래도록 밤새도록
머물 수 없음에 더 슬펐다
천길 벼랑에 누더기 심정을 매달아도 보고
초분(草墳)에 들어 눕기도 하였다
어쩔 수 없는 또 하루해 끝에 섰을 때
누군가 내 발길을 멈춰 세웠다
내내 날 괴롭힌 뼈마디의 사연처럼
해질녘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동백꽃 붉디붉은 혈흔들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발길 그 누군가에게
사정없이 짓밟힌 초경처럼,
이런 핏빛 슬픔들과 마주한
깊은 상처들이 그 질긴 기억을 파고들며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민박집이 있는 직포항이었다
지친 내 발길을 안아준.
금오도에서 비렁길은 벼랑길이었다
마음 깊이 상처를 품고 떠났기에
터덜터덜한 외로움 걸머쥔 그 길 위에서
억울함을 끌어안고 앙 뒹굴었다
마구 짓밟고 먼 길을 걸어 삭혔어도
쉽게 썩거나 지워지지 않는 것들
그 미움들 마치 독초들이었다
샛노랗게 돋아난 유채꽃 언덕을 만났을 땐
걸터앉아 씻고 또 헹구어 보고,
햇봄의 복사꽃 해맑은 위로 앞에선
그 곁에 오래도록 밤새도록
머물 수 없음에 더 슬펐다
천길 벼랑에 누더기 심정을 매달아도 보고
초분(草墳)에 들어 눕기도 하였다
어쩔 수 없는 또 하루해 끝에 섰을 때
누군가 내 발길을 멈춰 세웠다
내내 날 괴롭힌 뼈마디의 사연처럼
해질녘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동백꽃 붉디붉은 혈흔들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발길 그 누군가에게
사정없이 짓밟힌 초경처럼,
이런 핏빛 슬픔들과 마주한
깊은 상처들이 그 질긴 기억을 파고들며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민박집이 있는 직포항이었다
지친 내 발길을 안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