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 기행 / 박얼서
박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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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2:51
저자 : 박얼서
시집명 : 오늘이 일생이다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사량도 기행 / 박얼서
사량도는 윗섬, 아랫섬, 수우도
이 삼형제 의좋은 형제섬이다
버스가 땅 끝 선착장에 닿자마자
막 바로 윗섬을 향해 출발했다
뱃고동이 물길을 가르는 동안
갈매기들이 훨훨 다가왔다가
잇속이 없는지 멀어져 간다
한려해상이라더니 멋진 바다다
바다목장이라는데 살찐 바다다
아마 사십여 분쯤이나 달렸을까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 그곳은
윗섬 내에서도 제 1관문이라는
돈지선착장 힘센 방파제였다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이 곧
해발점이고 시작점이란다
섬의 등뼈를 밟고 오른다
뾰족한 능선을 따라
온통 바위산이다
깎아지른 비경들이다
장구한 세월을 등에 진 채
거센 해풍을 견디는 노송 한그루
암봉 끝 벼랑에 매달려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도道를 닦고 서 있다
여기도 지리산이 있었다
불모산을 거쳐
가마봉, 향봉, 옥녀봉까지
끝내 넘어야 한다
태평양을 떠돌던 돌고래 삼형제
어떤 인연으로 그 언제 적부터
이곳에 화석이 되었을까
왜 이런 백골로 남았을까
외줄에 매달려 벼랑을 오르고 나면
금시 곧 또 하나의 정상이 기다리고
이번엔 깎아지른 사다리에
모골毛骨마저 송연하다
양손을 난간에 의지한 채로
한발 한발 뒷걸음질로 떨다 보면
바짝 긴장한 신경세포가
식은 땀을 밀어낸다
때 마침 갈림길 삼거리에서
활력과 담력을 팔고 있었다
약발 좋은 걸쭉한 막걸리 한 잔
단숨에 걸치고 갈 수밖에
여기 지금 내가 선 이곳이
남해 해상 꼭지점이로다
발길 아래 까마득한 저 멀리까지
푸른 사막이 잔물결로 일렁이고
하얀 질서를 이룬 부표들
바다목장 푸른 평야지대다
우릴 맞이한 돌고래 삼형제 사량도
거칠고 까다로운 성품답게
빼어난 암능미를 지녔구나!
윗섬이라는 이름만큼 맏형이란
그 품새 또한 강직함이로다!
이젠 점점이 멀어져야 할 시간
구석구석에 남겨 논 발길들
주섬주섬 거둬가야 할 시간
노을 지는 뱃길이 너무 짧았다
땅을 밟고도, 그 여운을 주체 못해
맘껏 취해 맘껏 비틀거린 날
이번엔 술이 여흥을 불러들이고
토요 밤이 이슥토록 까불다
어느덧 전주에 도착한 그날.
사량도는 윗섬, 아랫섬, 수우도
이 삼형제 의좋은 형제섬이다
버스가 땅 끝 선착장에 닿자마자
막 바로 윗섬을 향해 출발했다
뱃고동이 물길을 가르는 동안
갈매기들이 훨훨 다가왔다가
잇속이 없는지 멀어져 간다
한려해상이라더니 멋진 바다다
바다목장이라는데 살찐 바다다
아마 사십여 분쯤이나 달렸을까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 그곳은
윗섬 내에서도 제 1관문이라는
돈지선착장 힘센 방파제였다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이 곧
해발점이고 시작점이란다
섬의 등뼈를 밟고 오른다
뾰족한 능선을 따라
온통 바위산이다
깎아지른 비경들이다
장구한 세월을 등에 진 채
거센 해풍을 견디는 노송 한그루
암봉 끝 벼랑에 매달려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도道를 닦고 서 있다
여기도 지리산이 있었다
불모산을 거쳐
가마봉, 향봉, 옥녀봉까지
끝내 넘어야 한다
태평양을 떠돌던 돌고래 삼형제
어떤 인연으로 그 언제 적부터
이곳에 화석이 되었을까
왜 이런 백골로 남았을까
외줄에 매달려 벼랑을 오르고 나면
금시 곧 또 하나의 정상이 기다리고
이번엔 깎아지른 사다리에
모골毛骨마저 송연하다
양손을 난간에 의지한 채로
한발 한발 뒷걸음질로 떨다 보면
바짝 긴장한 신경세포가
식은 땀을 밀어낸다
때 마침 갈림길 삼거리에서
활력과 담력을 팔고 있었다
약발 좋은 걸쭉한 막걸리 한 잔
단숨에 걸치고 갈 수밖에
여기 지금 내가 선 이곳이
남해 해상 꼭지점이로다
발길 아래 까마득한 저 멀리까지
푸른 사막이 잔물결로 일렁이고
하얀 질서를 이룬 부표들
바다목장 푸른 평야지대다
우릴 맞이한 돌고래 삼형제 사량도
거칠고 까다로운 성품답게
빼어난 암능미를 지녔구나!
윗섬이라는 이름만큼 맏형이란
그 품새 또한 강직함이로다!
이젠 점점이 멀어져야 할 시간
구석구석에 남겨 논 발길들
주섬주섬 거둬가야 할 시간
노을 지는 뱃길이 너무 짧았다
땅을 밟고도, 그 여운을 주체 못해
맘껏 취해 맘껏 비틀거린 날
이번엔 술이 여흥을 불러들이고
토요 밤이 이슥토록 까불다
어느덧 전주에 도착한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