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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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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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이향아 0 260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머니 큰 산
출판(발표)연도 : 2012     출판사 : 시문학사
봉숭아/이향아




봉숭아물 들이는 건 어머니가 기다리는 여름제사였다
그날은 저녁밥도 서둘러 먹고 
수채 구멍을 빠져나가는
설거지 구정물 소리도 시원하였다 
‘사내 녀석이 봉숭아물이나 들이면
밥상 하나 제 손으로 못 짠다더라‘   
걱정은 하면서도 어머니는 남동생 발가락에 아주까리 잎사귀를 싸맸다
그까짓 밥상이야 못 짜면 어때,
못질이야 제대로 못하면 어때 
평상 옆에는 모깃불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식구마다 손가락 끝에 횃불을 켜달고
식구마다 발가락 끝에 심지를 매달고
춤을 추던 여름밤,
술래 찾는 마술의 자국 같은 손톱과 발톱 
봉숭아물을 들이는 건 뜨거운 계절의 우리 집 축제였다 
‘곱게, 곱게 물들어라’,
염원하는 어머니의 정성어린 손가락이 전해지고   
그런 날은 멀리서 다니러온 친척언니 같기도 하고 
처음 보는 손님 같기도 하고 어머니가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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