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때 냄비밥을 안친다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슬플 때 냄비밥을 안친다

김병훈 0 413
저자 : 김병훈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년 5월     출판사 :
슬플 때 냄비밥을 안친다 - 詩 김병훈


슬픔이 찾아올 때 나는 냄비밥이 된다
눈물이 찾아올 때
내 각막은 밥물이 넘쳐흐르는 냄비밥이 된다

나는 슬플 때 냄비밥을 짓는다
쌀을 냄비에 붓고 밥물을 맞추고 안친다
나는 좀 많이 울고 싶을 때 냄비밥을 안친다

냄비밥을 짓자 밥물이 이구아수 폭포처럼 운다
가끔 냄비밥이 소리치며 나대신 울어준다

모든 냄비밥에는 절벽이 있다
모든 냄비밥에는 폭포가 있다
냄비밥을 안치고 나면
세계 3대 폭포를 다 만날 수 있다

냄비밥을 안치고 너를 생각하면
밥물은 이구아수 폭포처럼 흘러넘치고
눈물은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흐른다

삶이 냄비밥에서 흘러넘치는 밥물 같을 때
각막과 망막을 꼭 맞잡고 있는 마음으로
냄비밥을 짓는다

밥은 온 마음을 담는다
그래서 밥에도 눈물이 있다
한 톨의 밥알에도 사랑이 있다

냄비 뚜껑에 붙은 한 톨의 밥알에서
예쁘게 눈 화장을 고치고 있는 너를 만난다

밥이 냄비에 눌어붙었다
내 눈물은 너의 각막에 눌어붙었다
내 사랑은 너의 입술에 눌어붙었다
나는 냄비밥을 한 숟갈도 먹지 못했다

내 홍채의 아랫목 같은
너의 각막에 냄비밥 한 공기를 넣어 두었다
내 눈물샘의 북극점 같은 너의 망막에
다식은 냄비밥을 카메라의 필름처럼 얼려 두었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